“전문가도 몰라” ‘캣맘’ 사진 하나에 불붙은 AI 논란
2023-11-09 10:50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솔직히 전문가라도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현재로선 인공지능(AI) 기술이 개입된 사진인지를 검증하는 건 육안은 물론이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캣맘’을 둘러싸고 때아닌 인공지능(AI) 논란이 일었다. 발단은 캣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이다.

한 건물 계단 앞에 10여 마리의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고 있는 사진과 함께 올라온 해당 게시글에서 작성자는 ‘제가 밥을 줘서 고양이들이 모인다’며 ‘한동안 잠잠하던 어른들이 엄마한테 한소리를 하셨다’고 말했다. 캣맘이란 길고양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사료를 챙겨주는 이들을 이른다.

갈등은 이 게시글이 온라인상에 확산하면서 커졌다. 함께 게시된 사진을 확대하면, 고양이 몸체 일부분이 일그러져 있는 모습이 여럿 보인다. 이를 근거로 해당 사진이 캣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사진이란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원본 게시물에 포함된 사진엔 이 같은 현상이 없으나, 이를 캡쳐해 확산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고화질로 만드는 AI 기능을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캣맘 커뮤니티에 올라온 직후 AI로 만들어졌다는 논란이 불거진 게시글. [네이버 카페]

캣맘을 둘러싼 갈등은 오래된 문제다. 주거지 인근에 서식하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이들과, 이로 인해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소음이 발생하는 피해가 늘었다는 이들 간 갈등이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총 4050건의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동물 복지와 주거권이 부딪혀 갈등이 극단화하면서 지난해에는 대구의 한 주택가에서 한 30대 여성이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다가 인근 주민인 4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AI 논란이 불거진 사진을 확대한 모습.[네이버 카페]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AI가 사회 갈등을 극단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문제는 특정 사진을 둘러싸고 AI 논란이 불거지더라도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헤럴드경제는 AI 전문가들에 해당 사진 진위여부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역시 판단을 보류했다. 해상도나 패턴 등을 고려하면 AI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확신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판독할 기술은 현재로선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원본 사진을 보면, 빛이 들어오는데도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데다 계단에 앉아있는 모습에 공간감이 자연스럽지 않다”며 “다른 고양이 사진을 합성해 따다 붙인 것으로 의심이 된다”고 분석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소장 역시 “실제 고양이와 다른 골격을 가진 모습이 눈에 띈다”며 “AI로 이미지를 생성할 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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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콘텐츠에 AI가 개입됐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사실 육안만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데다, 최근엔 챗GPT에 정교하게 AI 기술을 쓰는 방법을 물으면 알려주기도 한다”며 “AI 이미지 판별사이트도 민간에서 나와있지만 이 역시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향후 다른 사안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특정 집단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등의 사례가 앞으로도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일종의 꼬리표인 ‘워터마크’를 넣는 방법이 꼽힌다.

최근 미국에선 정부가 구글·메타 등과 AI 워터마크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후 한국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따라 구체적 방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아직 업계와의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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