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포니 엑셀 신차 발표회장에서 정주영 선대회장의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조감도 [현대차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산 자동차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겠다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원대한 꿈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세대를 거쳐 손자인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당당히 세계 3위 자동차 업체로 우뚝 세움과 동시에, 새 도약의 장소로 다시 한번 울산을 택했다.
13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은 현대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총망라하는 자리였다.
1968년 조립 공장으로 출발한 울산공장은 세계 자동차 역사상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일궜다. 특히 1975년 현대차는 열악한 국내 환경과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첫 고유 모델인 ‘포니’를 양산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포니의 양산은 단순한 차량 개발을 넘어 기술 자립의 기폭제가 됐다. 해외에 의존해 왔던 자동차 설비와 부품을 국산화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졌고,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을 성장시켰다.
이 같은 발전의 기반에는 정 선대회장의 꿈이 있었다. 그는 자동차를 ‘달리는 국기(國旗)’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동차 산업이 국민 경제와 국가 공업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이날 기공식에서도 정 선대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정 선대회장의 메시지를 복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이라며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 선대회장의 꿈은 아들인 정몽구 명예회장으로 이어지며 보다 구체화됐다. ‘품질경영’을 강조한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가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공장인 현대차 울산공장은 완성차 생산의 중심지이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 발전의 산실로 발돋움하게 됐다.
정의선 회장에 이르러 성과는 분명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판매 3위 완성차그룹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빅3’ 진입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해도 3분기까지 548만여 대를 판매,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울산공장에 국내 최대 전기차 전용공장을 구축,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청사진이다.
전기차 전용 공장은 최첨단 설비를 도입하고, 다양한 차종이 생산 가능한 유연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 조립 설비 자동화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가져온다.
HMGICS의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됐다. 전기차 전용공장은 2025년 완공될 예정이며, 양산 시점은 2026년 1분기다.
이날 기공식에는 현재의 현대차가 있기까지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이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윤여철 전 부회장, 김억조 전 부회장, 윤갑한 전 사장 등 역대 울산공장장이 참석, 현대차의 미래를 응원했다. 또 현대차의 첫 독자모델인 포니 디자인부터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1~2세대 쏘나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을 디자인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도 참석했다.
한편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맞아 지난 50년을 돌아볼 수 있는 ‘헤리티지 전시’를 운영한다. 전시는 ▷꿈의 시작 ▷꿈의 실현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 3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국민차 포니의 탄생, 수출 전용부두 건설을 비롯해 임직원들의 삶의 흔적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내년 1월부터 일반 시민들에게도 무료로 공개된다.
울산=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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