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태양광 전기로 만든 제품에 바이어 엄지척!” 중소기업 RE100이 가능했던 이유
2023-11-14 16:54


경남 창원시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신혜원 기자

[헤럴드경제(경남 창원·고성)=신혜원 기자] “애플,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기업은 부품 공급업체에 계약조건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내걸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가 추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사업은 단순히 전력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열쇠가 되고자 합니다.”(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분산에너지사업 담당임원)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이 추구해야 할 이상향으로 여기던 RE100이 제조업에서 생존을 위해 실천해야 할 현실이 됐다. RE100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은 자사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넘어 공급망 전체에 탈탄소를 위한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에선 산업단지를 신재생에너지 활용 거점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개소한 경남 창원시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그린에너지센터)가 그 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로 이뤄진 해당 프로젝트는 SK에코플랜트가 주관하고 6개 수행기관이 참여해 그린에너지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9일 찾은 그린에너지센터는 ‘에너지 자급자족’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각종 재생에너지 설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센터 옥상에서 내려다본 부지에는 태양광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연료전지인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 등이 설치돼 있었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 설치돼 있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신혜원 기자

현재 발전되는 설비는 태양광 설비와 SOFC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력이 산단에 입주한 4개 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다수의 수요기업과 1대 N 방식으로 직접 전력거래계약(PPA)을 맺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이 중견·중소업체들에는 비용 부담이 크고, 직접 PPA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 우려를 고려해 SOFC 전력 판매수익을 통한 상생형 사업모델을 적용했다. SOFC가 생산하는 신에너지 전력을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하면서 얻은 수익을 활용해 태양광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식이다.

이철욱 창원에스지에너지(창원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 특수목적법인) 대표는 “태양광 전력은 PPA를 통해 수요기업의 RE100 이행을 위해서 공급되고 있고, SOFC 전력은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신에너지, 재생에너지, ESS 등 모든 설비가 한곳에 있는 건 그린에너지센터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철욱 창원에스지에너지(창원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 특수목적법인) 대표가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관제실에서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신혜원 기자

PPA를 통해 공급하는 태양광 전력의 가격은 ㎾h(키로와트시)당 140원가량이다. 이 대표는 “저희가 공급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은 일반 전력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공급하고 있다”며 “중소·중견사들이 비용 부담 없이 산업용 전력 가격으로 RE100 이행을 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통해 RE100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에너지센터를 통해 태양광 전력을 공급받는 산단 입주기업의 만족도도 높다. 건설기계·중장비 관련 부품 전문제조 수출기업인 현대정밀은 연간 전력사용량의 약 28%를 그린에너지센터로부터 재생에너지 전기로 공급받고 있다. 오정석 현대정밀 대표는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글로벌 기업에서 1차 협력사인 저희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자칫 수출계약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었지만 RE100사업 지원을 통해 숨통이 트였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추세라 태양광 전력 사용을 통해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전력중개사업자로서 1대 N PPA를 시작으로 태양광, 풍력, 소수력, 바이오매스 등 여러 에너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경남 고성군 SK오션플랜트 재킷 제작공장. [SK오션플랜트 제공]

이렇듯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추진하는 SK에코플랜트의 RE100 지원사업 중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해상풍력이다.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핵심 설비 하부구조물인 ‘재킷’을 제작하는 자회사 SK오션플랜트와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된 SK오션플랜트는 아시아 1위 규모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기업이다.

이날 창원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려 경남 고성군에 있는 SK오션플랜트의 재킷 제작공장으로 이동했는데 공장이 가까워질수록 웬만한 고층 건물 높이를 넘어서는 규모의 초대형 크레인이 눈에 띄었다. 높이 최대 90~100m, 무게는 2000t을 웃도는 재킷을 운송하기 위한 이른바 ‘골리앗 크레인’이다.

SK오션플랜트 재킷 제작공장은 제1·2야드로 구성돼 있는데 42만㎡ 규모의 제1야드에 들어서자 현장에선 커다란 대형 철판을 동그랗게 구부려 후육강관을 제작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초대형 산업용 파이프인 후육강관은 철판 두께가 최대 지름 10m, 두께 150㎜에 이른다. 이렇게 용접을 거쳐 완성된 강관은 재킷 한 기를 제작하는 데에 230여개가 투입된다.


SK오션플랜트 재킷 제작공장에서 후육강관을 제작하는 모습. [SK오션플랜트 제공]

이렇게 제1야드에서 강관들이 제작되면 제2야드에선 강관을 조립 및 용접해 온전한 형태의 재킷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된다. 제1야드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51만㎡ 규모의 제2야드에는 조립이 완성된 재킷이 운송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재킷 바로 옆에는 최대 1만t까지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크레인이 운행되고 있었다.

SK오션플랜트는 이 같은 제작 과정을 거쳐 연 60기의 재킷을 생산하고 있다. 제1·2야드뿐 아니라 157만㎡ 규모의 제3야드를 건설 중인데 2026년 제3야드가 준공되면 생산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순종 SK오션플랜트 전략기획센터장은 “1~2년간 40~50개 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회사가 거의 없다”며 “SK오션플랜트는 자체적으로 후육강관을 생산하고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SK오션플랜트 제작공장에서 조립이 완성된 재킷 모습. [SK오션플랜트 제공]

이렇게 생산된 재킷은 모두 해외로 수출된다. 전명우 SK오션플랜트 풍력생산본부장은 “만들어진 해상풍력 재킷은 100% 수출됐고 현재 제작하고 있는 것도 대만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라고 말했다.

이승철 SK오션플랜트 대표는 “SK에코플랜트는 그린수소, 그린에너지 쪽으로 간다. 결국 최종 목적은 그린수소를 만들어 저장과 수송을 용이하게끔 하는 것”이라며 “해상풍력은 이를 위한 중요한 축이며 SK오션플랜트는 이러한 해상풍력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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