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에서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ommittee on the Global Financial System, CGFS)’ 의장으로 선임됐다.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는 BIS 총재회의의 최고위급 핵심 협의체로, 연 4차례의 정례회의와 긴급회의 등을 개최하며 금융시스템 이슈에 대한 모니터링 및 분석, 적절한 정책 방안 권고 등을 통해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 책무를 원활하게 이행토록 지원하는 공조 채널 역할을 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글로벌 은행 위기 때 긴급회의를 소집한 바 있다.
그동안은 주로 미국,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에서 의장직을 맡아온 만큼 이번 이 총재의 선임은 이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의장은 마크 카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가 역임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선임된 것은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며 “한국 경제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GFS는 BIS 총재회의 중 세계경제회의(GEM) 산하의 주요 위원회로, GEM 의장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 총재 선임에 힘을 실어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의 의장 임기는 11월 1일부터 3년간으로, 한은 총재 임기와 같이 2026년까지다. 이 총재는 의장으로서 워킹그룹 등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된다. 이에 따라 CGFS 내에서 한국의 영향력도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한국이 의장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은 직원들의 조사연구 역량을 제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한은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9월 현재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주요 28개 중앙은행이 회원기관으로 가입하고 있다. 한은은 2001년부터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2009년 11월부터 정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CGFS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균형 누적을 경고하고 정책 대응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에도 중앙은행 간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자산 가격 급락, 금융기관 유동성 위기 등의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엔 글로벌 은행 부문 위기 및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위원회의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각국 중앙은행 정책 수립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 직원들은 현재 CGFS의 각종 실무그룹 및 워크숍 참여를 통해 조사연구 역량을 높이고 타국 중앙은행 직원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가계 및 기업의 이자율리스크 익스포저 워킹그룹’, ‘주택시장리스크 완화정책 스터디그룹’에서 조사연구를 수행 중이며 거시건전성 정책 및 통화긴축 워크숍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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