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모르던 ‘유퀴즈’ 김정자 할머니, 수능도 쳤다…84세 최고령 도전
2023-11-16 13:10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왔던 김정자(82) 할머니가 올해 최고령 응시생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전해 화제다.

김 할머니는 16일 오전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시험장으로 향했다. 서울여고 앞에는 김 할머니가 재학 중인 일성여중고의 학우들이 이른 새벽부터 나와 김 할머니를 응원했다. 일성여중고는 여러 사정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다.

일성여고 3학년인 김 할머니는 5년 동안 조퇴나 결석 한 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끝에 이번 수능에 응시하게 됐다. 목표는 미국에 사는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 김 할머니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손주들과) 영어로 꼭 통화하고 싶어서 열심히 배울라 그런다"며 손주들에게 응원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19년 10월 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정자 할머니. [유튜브 '디글' 영상 캡처]

김 할머니는 앞서 2019년 '유퀴즈' 한글날 특집에 출연해 조명을 받았다.

당시 방송에서 할머니는 "딸이 미국으로 출국할 때 엄청 울었다. 내가 이렇게 무식한 엄마라서 딸이 들어가는 출입구도 모르더라.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로 적힌 걸 어떻게 아냐"며 글을 몰라 서러웠던 과거를 토로했다.

그러다 길에서 우연히 받은 부채를 통해 문해학교를 알게 됐고, 할머니는 결국 대장정을 시작했다.

당시 양원주부학교에 다녔던 김 할머니는 "한글 배우고 수업받는 게 너무 좋다. 내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김 할머니는 "내 인생을 살아온 거 보면 꿈만 같고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인생에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할머니의 근황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진정어린 학구열에 제 나태함을 반성하게 된다", "수능 잘 보시고 건강하세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연합]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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