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2계장 박명운 경정이 아킬레스건 모형을 들고 미승인 인체조직(반쪽 아킬레스건) 수입·유통업자를 검거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반쪽으로 잘린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병·의원에 납품하고 100억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일당과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 등 85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아킬레스건은 국내 기증자가 적어 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일당은 수입되는 아킬레스건이 돌돌말려 수입 돼 외관상으로는 정상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미승인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 대표 26명과 영업사원 6명, 의사 30명, 간호사 22명 등 총 85명을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불구속 수사 후 지난 10월 27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인체조직법 위반(4명), 사기(17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27명), 의료법·의료기기법 위반(37명) 등을 적용해 지난 6월과 지난달 총 3차례에 걸쳐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수입·납품 업체들은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약처로부터 기존에 승인받은 완전한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처럼 속이고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를 수입해 병원 400여곳에 납품했다. 병원은 전국에 분포해 있으며 대형·중형병원들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환자 6500여명의 수술에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가 유통한 것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반으로 자른 제품이었다. 정상 제품의 수입가는 82만원, 반쪽짜리는 52만원이다.
납품업체가 온전한 제품을 납품해 병원에서 이를 수술에 사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48만원의 요양급여가 나오는데 이들은 더 저렴한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사용하고도 ‘제값’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았다. 공단에서 편취한 금액은 100억원 상당이다.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조직이식 결과기록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아킬레스건 납품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납품업체 영업사원에게 환자의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현금, 사무집기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고가의 수술도구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만 경찰은 의사들이 고의로 반쪽 아킬레스건을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도 미승인 제품인 것을 알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의사들에 대해선 리베이트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방조, 환자 개인정보 제공 등 증거가 명확한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미승인 제품 유통 재발방지를 위해 식약처에 관리·감독상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는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 명단을 전달해 추후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으며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와 연관된 의사 등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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