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주사 맞으며 추수감사절 맞는 미국…기름진 음식 소비 감소하나
2023-11-21 14:5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칠면조 사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미국 인구에서 식욕억제제 주사를 투여하는 사람들이 폭증하면서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등 명절 음식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더욱 경쟁이 불붙었지만 식품업계는 영구적인 수요 감소에 대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오는 23일 맞이할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미국 가정 식탁에 오를 음식 종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에는 버터를 끼얹은 칠면조요리와 고구마와 감자, 치즈 등이 들어간 고탄수화물 캐서롤 등을 많이 먹는다.

음식 역사가인 에이미 벤틀리 뉴욕대 교수는 NYT에 “추수감사절은 크리스마스보다도 먹는 것 자체가 주가 되는 명절”이라며 “게다가 전통적인 메뉴는 전부 매우 짜고, 매우 기름지고, 매우 단 요리로 이뤄져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탄수화물 식단을 자제하고 최대한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지키겠단 사람이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식욕을 억제하는 GLP-1 호르몬 주사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3년 추수감사절은 ‘비만 주사’와 함께하는 전례 없는 명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에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 그리고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등의 비만주사 처방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00% 급증했다.

비만주사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미국에서 위고비의 한 달 처방 가격은 1349달러(약 177만원)이다.

그럼에도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6.9% 체중 감소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데다,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 등 미국 사회의 유명인사들이 실제로 주사의 도움을 받아 감량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품귀현상까지 빚어질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제조시설을 계속 늘리고 있는 제약회사들과는 달리 식품 제조업체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비단 올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뿐만 아니라 영구적인 식생활 변화까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자체 진단을 내리고 있다.

미국 대표 소매업체 월마트는 지난달 체중 감량 주사를 이용하는 쇼핑객들은 식품을 약간 적게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한번 개봉하면 끝을 본다고 알려진 중독성 있는 감자칩 ‘프링글스’의 제조사인 켈라노바는 비만치료제가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달콤한 시럽으로 뒤덮인 도넛으로 유명한 크리스피크림은 비만주사가 도넛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로 주가가 하향 조정되는 일을 겪었다.

한편, 비만주사 경험자들은 식욕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간증과 함께 긍정적인 효과를 설파한다.

AP통신은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로 약 45㎏을 감량한 64세의 조 사포네를 인터뷰했다.

사포네는 “더이상 휴일을 음식을 무자비하게 먹는 날로 인식하지 않게 됐다”며 “나에게 휴일은 종교적 문화적 측면 모두에서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온갖 음식들이 식탁 위에 차려져도 통제력이 강화돼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됐다는 고백도 나온다. 타라 로텐호퍼(48)은 “2020년부터 마운자로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90㎏ 넘게 뺐다”며 “이제는 음식 앞에서 이성을 잃거나 폭식 후에 괴로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