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전경. [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당직 근무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사망한 해군에 대해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방부는 해군의 허리디스크 등 지병이 악화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순직 인정을 거부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박정대)는 전 해군 원사 A씨의 유족이 국방부를 상대로 “순직 유족 급여를 지급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며, 소송 비용도 국방부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1995년부터 해군 하사로 임관해 복무한 A씨는 2020년 2월, 당직근무 중 사고를 당했다.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자세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목 부위에 충격이 가해졌다. A씨는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2주 뒤 디스크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결국 뇌부종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A씨의 사망은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국방부에 유족 연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국방부에서 이를 거부했다. A씨의 사망 원인은 2012년에 진단받은 허리디스크의 악화이며, 허리디스크 진단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유족은 국방부의 판단에 불복했지만 군인재해보상연금 재심위원회의 판단도 같았다. 결국 유족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유족은 “망인은 당직 근무 중 사고로 인해 질병이 발생했다”며 “결국 뇌경색 등의 발병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외부 병원에 맡긴 진료기록 감정 결과가 결정적이었다. 감정 결과, 의사는 “A씨의 사망 원인은 당직 근무 중 발생한 외상에 의한 동맥박리(동맥 내막이 찢어지는 것)가 뇌경색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동맥박리는 가벼운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는 “망인이 수행한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미루어 판단할 수 있다”며 “해당 질병으로 인한 뇌경색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의 질병은 유전질환, 감염, 고혈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재채기, 갑작스러운 머리 움직임 등 가벼운 외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당시 망인은 새벽 당직 근무 중 머리 등의 부위에 상당한 외부적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상당한 시간 초과근무를 수행해 피로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국방부에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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