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년 전 ‘하마스 공습’ 위험 알고 있었다
2023-12-02 14:27


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상 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칸유니스의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이 1년 전 하마스의 전쟁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이미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다만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문건에서 언급된 정보가 하마스의 작전 능력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판단해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부터 공습에 대한 대비가 이뤄졌으면 현재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심지어 방어에도 성공했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자사가 확보한 이스라엘 정부·군 내부 문건과 이메일 등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당국이 1년 전 확보한 하마스의 공격 계획 정보와 실제로 지난달 7일 하마스가 감행한 기습 공격 패턴이 서로 일치했다.

하마스의 정확한 공습 날짜가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7일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전쟁에서 하마스가 전개한 공격 패턴이 대부분 일치했다고 NYT는 전했다. 가자지구 주변 방어시설을 제압하고 이스라엘 도시들을 장악하며 주요 군 기지를 공격하기 위한 체계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예리코 성벽’이라는 코드명을 붙인 40쪽짜리 문건에는 하마스의 전쟁 계획을 정확히 예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문건에는 하마스가 공격 시작과 함께 로켓포를 퍼붓고, 드론으로 감시카메라와 자동 기관총을 파괴하며 하마스 대원들이 패러글라이드나 오토바이 혹은 도보를 통해 이스라엘로 쏟아져 들어갈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국경을 지키는 가자사단 휘하 부대들을 목록화한 내용도 문건에서 확인됐다.

‘예리코 성벽’ 문건이 보고된 이후에도 내부 경고는 계속됐다. 통신 정보 등을 다루는 이스라엘 8200 신호정보대 소속 전문가는 하마스가 ‘예리코 성벽’ 문서에서 제시한 계획과 비슷한 내용의 집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훈련에는 이스라엘 항공기를 격추하고 키부츠(집단농장)와 군 기지를 점령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NYT가 확보한 당시 이메일에 따르면 가자사단 대령은 이 전문가의 우려를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 계획이 하마스의 작전 능력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2016년 미국 국방부 메모에도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에서 다음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경고와 함께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방식과 일치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예리코 성벽’ 문건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나 다른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고됐는지는 불명확하나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회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가자사단의 한 관계자는 문건이 보고된 직후 “이 계획이 (하마스 지도부 내에서) 수용됐는지, 어떻게 계획을 실행할 것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오판의 기저에는 하마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NYT는 분석했다.

하마스에는 전쟁 의지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이스라엘 관리들 사이에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상에 임하는 태도에 비춰 이들이 전쟁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했다. NYT는 이스라엘 관리들이 당시 이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하마스가 공격을 계획한 지점에 군사력을 보강했다면 방어에 성공했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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