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버티기 통했나…與, 끝내 ‘친윤계 용퇴’ 안건 상정 안해 [이런정치]
2023-12-07 09:59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버티기’가 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끝내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친윤계 중진 의원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를 최고위원회 안건에 상정하지 않으면서다. 김 대표는 당장 거취 압박에서는 벗어났지만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신경전 과정에서 당의 혁신 의지가 퇴색된 데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혁신위원회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김대표는 대신 부산 현안 사업 추진 계획을 강조하고 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김 대표와 인 위원장 간 회동에 대해) 최고위에서 따로 이야기 된 내용도 없고 김 대표도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며 “일부 혁신위 요구안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절차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혁신위가 당을 위해 보여줬던 여러 혁신안은 지금 뿌려진 씨앗이고 땅 속에 묻혀있는 것 같지만 적정한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위의 ‘친윤계 용퇴론’은 공천관리위원회 의결 사항이라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김 대표가 인 위원장과 승부에선 1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12월 중순에 공관위가 출범하고 선거대책위원회가 띄워지면 자연스럽게 혁신위는 지나갈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김기현 지도부에 충분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12월 15일 전후로 공관위를 발족할 계획이었지만 야당의 쌍특검 추진 등 문제로 ‘크리스마스 전후’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인 위원장이 자충수를 거듭하면서 판세가 자연스럽게 김 대표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신호’를 받았다며 지도부와 갈등을 키웠고 공관위원장직까지 요구하며 여권의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요구를 듣고 ‘혁신위가 혁신을 하로 온 것이 아닌가. 인 위원장의 목적은 따로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혁신위의 조급함이 되려 혁신위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당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제압하는 장면이 연출된 데 대해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압박을 ‘혁신위 출범’으로 타개한 김 대표가 혁신위와 전면전을 벌인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혁신위가 당을 혁신하자고 만든 곳인데 혁신위에서 이야기한 것을 안 지키면 혁신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로 보이지 않냐”며 “반(反) 혁신세력으로 찍히면 밀려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으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최근 발언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이 많이 보인다”며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만 챙기겠다고 김 대표가 말하지 않았냐. 그런 지도부 모습이 사라지면 국민들에게 부정적 인식만 심어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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