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하면 거지", "애 기죽을까 외제차 사" 성토한 딩크족들…근데 이게 누구 책임?
2023-12-07 22:42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을 듣고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EBS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보건복지부가 7일 '무자녀 부부' 12명을 초대해 출산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과제를 발굴하기 위한 자리다. '무자녀 부부'들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 참가자는 "돌잔치에서 아이가 걷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까지 계속 비교하잖아요. 그 무한경쟁에 부모로서 참전할 자신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 지금은 학력 수준이 높아진 부모들 경쟁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어요"라고 한탄하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를 학교에 태우고 갔을 때 아이 기가 죽을까봐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다고 해 걱정이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차가 두세 대씩 있는 집들을 보다 보니 '우리도 세 대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다른 참가자는 "사람들이 비교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개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준치를 점점 높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긴 근로 시간과 열악한 보육 환경 때문에 애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백모 씨는 "맞벌이하는 부부인데 집에 오면 잠만 겨우 자고 주로 외식을 한다"며 "아이를 돌봐주지 못할 것 같은데 나를 원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좋은 어린이집 찾기가 너무 힘들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면 아이를 아무 데도 맡길 수 없다"는 호소도 있었다.

행사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라며 "저출산으로 우리나라가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되지 않도록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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