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추위떨며 줄섰어요”…미식부심 프랑스인 콧대마저 꺾은 ‘이것’
2023-12-10 06:19


영국의 한 크리스피크림 매장에서 도넛이 만들어지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살 수만 있다면 회사에 늦는 건 상관없어요”.

최근 프랑스 파리 도심에 이른바 ‘핫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있다. 이른 아침에도 수백명이 줄을 길게 늘어서는 장관을 연출하는 이 핫플의 정체는 바로 미국 도넛 브랜드인 ‘크리스피크림’이다.

프랑스 첫 매장 오픈날부터 크리스피크림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수십 명이 매장 앞에서 밤을 새워 캠핑을 했고, 수 많은 방문객들이 눈 속에서도 외부 창문을 통해 도넛이 튀겨지는 모습을 구경하느라 매장 주변이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미슐랭의 나라, 바게트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에서 미국 브랜드에 대한 이 같은 ‘환대’는 다소 이례적인 풍경이라는 반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최근 미식의 수도를 침투하고 있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들을 조명하며, 소셜미디어(SNS)에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파리의 식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점심 식사에도 몇 시간을 투자해 코스를 즐긴다는 프랑스의 식문화에 대한 통념과는 대조적이다.

반대로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층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공격적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버거킹, 파이브가이즈 등 미 패스트푸드 체인의 프랑스 오픈을 도운 컨설턴트 자비에 엑스킬리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빨리 식사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다른 경험을 원한다”면서 “미국 체인점들은 이러한 수요에 완벽하게 반응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보르도의 한 맥도날드 매장 [로이터]

크리스피크림은 프랑스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예고한 가장 최근의 미국 브랜드다. 크리스피크림 도넛을 먹기 위해 출근 전 매장을 들렀다는 한 남성은 “인스타그램 피드에 뜬 것을 보자마자 매장으로 달려왔다”면서 “(줄을 기다리다가) 출근에 늦을 테지만, 적어도 나와 동료들을 위해 늦어도 도넛을 구입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알렉상드르 마이주 크리스피크림 프랑스법인 이사는 “도넛은 크로와상에 비해 프랑스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류”라면서 “(크리스피크림에 대한 열광은) 모두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봄에는 파파이스가 프랑스에 첫 매장을 선보이면서 엄청난 군중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고, 웬디스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따라 조만간 프랑스 진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는 이미 지난해 프랑스 내 1500개 매장에서 60억유로(8조457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버거킹에게도 프랑스는 한해 12억유로(1조7000억원)의 수익을 가져다 준 제2의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미국 브랜드들의 프랑스 시장 공략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당초 프랑스 진출 당시 현지화를 거부한 버거킹은 이미 한 차례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가 10년 전에 재진출했고, 맥도날드 역시 매장 인테리어를 카페 문화를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취향에 맞게 새롭게 조성하고 프랑스산 육류와 치자, 빵을 사용하는 등 ‘생존’을 위한 변화에 나선 바 있다.

변화하고 있는 프랑스인들의 식습관도 미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의 ‘흥행’을 견인하고 있다. NYT는 최근 프랑스의 젊은 세대들이 부모 세대의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식사시간에서 벗어나, 더 빨리 식사를 해결하는 대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음식 배달 서비스 이용도 식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NYT는 “우버이츠와 같은 음식 배달 서비스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앱을 사용해 주문하려는 열망을 부채질했다”면서 “불과 10년 전까지만해도 프랑스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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