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끊기’ 힘드시죠?”… 단돈 10만원에 퇴사컨설팅 받으세요[스.우.파]
2024-01-01 15:01

편집자주

‘스’타는 아니지만, ‘우’리 주변의 ‘파’급력을 만든 사람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소중한 사람들을 헤럴드경제가 소개합니다.


퇴사대행 서비스 '바이바이' 대표 오세경 노무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회사에는 미안하지만, 아름다운 작별을 하고 싶습니다.” 퇴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바이바이’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자 19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떠나기를 결심한 50대 전문직 기술자 A씨였다.

“사장님이 분명 말리겠지만 사실 저는 6개월 전부터 계속 고민을 해왔어요. 그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놨다고 한다.

‘아름다운 작별’ 돕는 오세경 노무사

오세경 바이바이 대표는 A씨의 사례 상담에 대해 “특별한 갈등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래 일해온 회사에 대한 미안함으로 상담을 요청한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퇴사대행 과정에서 A씨 측 경영진 역시 예상대로 아쉬움을 표했다. 오 대표는 “A씨의 입장과 사정을 사측에 잘 설명해, 후임을 채용할 수 있도록 A씨가 연말까지 일하고 퇴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오늘날 퇴사란 새로운 진로, 혹은 더 나은 근로여건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선택으로 존중을 받는다. 그럼에도 퇴사가 쉽지만은 않다. 퇴사 의사를 회사에 통보하면 이를 말리려는 측과 직장인 사이의 ‘밀당’이 시작된다. 그간의 쌓인 정(情) 탓에 많은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다시 주저 앉는 일도 다반사다. 이같은 직장인들의 고민을 포착한 이가 있다. 23년차 공인노무사이자 노무법인 두레를 이끌고 있는 오 대표다.

오 대표는 “노무사로 오래 일한 경험을 살려 조금은 색다른, 나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동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의외로 퇴사를 앞두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 서비스로 시장에 내놓으면 수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10만원 퇴사 컨설팅…“절박한 청년들 찾아와”

퇴사대행 서비스 ‘바이바이’ 대표 오세경 노무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바이바이가 제공하는 퇴사대행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우선 비대면으로 고객과 퇴사 상담 컨설팅을 진행한다. 퇴직금 분쟁 혹은 직장 내 괴롭힘 등 퇴사대행 서비스를 원하는 이유를 파악한 뒤 고객으로부터 위임장과 사직원을 받는다. 이후 바이바이 소속 노무사가 회사 측에 의사를 전달하면 사표 수리 절차가 진행된다.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은 10만원가량. 오 대표는 “사회초년생 청년들을 주로 상대하다보니 비용을 더 높이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언뜻 간단해 보이는 절차지만, 이를 진행하기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바이바이를 찾아온다고 한다. 지난 2020년 법인 설립 당시만 해도 한 달에 1건에 불과했던 상담은 현재 매일 1~2건씩 꾸준히 들어올 정도로 늘었다. 초기엔 오 대표 홀로 모든 상담을 맡았으나 이제는 노무사 7명이 함께 일한다. 고객 대다수는 20·30대 청년층이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늘면서 A씨와 같은 50대 중장년층 고객도 늘었다.

“대표님, 혹시 회사가 해코지한다고 협박 안 하던가요?” 최근 바이바이를 통해 퇴사를 진행한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 대표는 “퇴사 의사를 표명했을 때, 회사로부터 ‘갑자기 그만두면 어떻게 하느냐’ 등 협박 내지는 압박을 받다 버티다 못해 찾아오고, 상담을 하며 우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퇴사대행을 진행하다보면 10건 중 3건 꼴로 “(퇴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협박을 해오기도 한다. 오 대표는 “법적으로 사직의 자유가 있는만큼 실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사례는 없지만, 개인이 혼자 퇴사를 하려는 과정에선 이런 협박에 크게 겁을 먹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퇴사가 애사심 부족? 올드한 생각”

퇴사대행 서비스 ‘바이바이’ 대표 오세경 노무사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일각에선 청년들의 ‘이른 퇴사’를 두고 “끈기가 없다”, “애사심이 없다”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도 오 대표는 “올드한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젊은 세대는 소위 ‘열정페이’를 용납하지 않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 부분에서 기성세대와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사례로는 간호업계 내 직장 내 괴롭힘을 이르는 ‘태움’을 당한 간호사를 꼽았다. 오 대표는 “오랜 기간 괴롭힘을 당해오며 심적 괴로움을 겪다 퇴사를 하고 싶다고 했음에도, 나가면 TO(정원)를 채울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절을 당한 분의 퇴사 절차를 도와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기업 ‘구조조정’ 컨설팅도…“불황 여파 안타까워”

퇴사를 고민하는 근로자들 반대편엔, ‘해고’를 고민하는 기업들의 고충도 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기업들이다. 바이바이에선 이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나 대상자 면담 과정에 포함해야 할 내용 등 인력조정 과정에서 숙지해야 할 법적 유의사항에 대한 컨설팅이다. 최근에는 수출 부진 여파를 맞고 있는 제조업계 하청업체들의 문의가 늘었다.

오 대표는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생존 위기를 겪는 기업들의 문의가 늘은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맞이한 초고령화 사회에 퇴사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오 대표의 전망이다. 앞서 2010년대에 퇴사대행 서비스가 먼저 인기를 끌었던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며 기업들은 인력을 놓치지 않으려는 반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의 의지는 강해지면서다. 오 대표는 “퇴직을 둘러싼 청년과 기업의 실질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사회공익적 측면이 있다고도 생각해 ‘퇴직’이라는 분야를 차별화해 계속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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