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 캡처]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이 27일 극단 선택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19시간 고강도 경찰 조사를 받은 그가 생전 대중들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이선균이 사망함에 따라 그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는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이선균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수석에는 번개탄 1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12분께 이선균의 매니저로부터 '(이 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112 신고를 받았다. 매니저는 이선균이 연락이 닿지 않자 이선균의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아간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는 지난 10월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톱스타가 경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으로 처음 알려졌다. 다음날 이선균의 소속사가 "이선균은 (마약) 사건과 관련된 인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과 협박을 받아왔다"고 밝히면서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배우 이선균이 차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선균은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연합]

이선균의 마약 투약을 경찰에 진술한 것은 서울 강남 유흥업소 실장 A(29·여) 씨였다. 마약 투약 등 전과 6범인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선균이 (우리 집에 와서) 최소 5차례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부인했다. 이선균은 처음에는 "A 씨가 자신을 속이고 약을 줬으며, 마약인지 모르고 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이선균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이선균은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체모를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원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선균이 마약을 했다'는 A 씨의 진술만 있을 뿐, 어떤 마약을 했는지, 더 나아가 마약을 한 것은 맞는 것인지가 확인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음성 판정'을 받은 이선균 측은 마약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을 진술한 유흥업소 여실장 A 씨

경찰의 유일한 증거였던 A 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A 씨는 가수 지드래곤의 마약 투약 혐의도 경찰에 진술했는데, 경찰은 지드래곤에게서 어떠한 증거도 찾아내지 못해 결국 지난 19일 '무혐의' 처리했다.

지드래곤 무혐의에 '섣불리 피의사실을 흘렸다'는 비판을 받은 경찰은 나흘 뒤인 지난 23일 이선균을 소환했다. 세번째 공개 소환 조사였다. 이선균은 당일 오전 변호인과 함께 경찰에 출석해 또 다시 대중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선균은 성탄절 이브인 24일 새벽까지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세번째 조사에서도 사실 확인에 큰 진척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선균이 마약 투약을 했다'는 A 씨로부터 확보한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A 씨는 "이선균이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 가루를 흡입하는 걸 봤다"고 주장했고, 이선균은 '빨대를 이용해 코로 흡입했지만 마약이 아니라 수면제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48)씨가 23일 오전 3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사 후 이선균 측은 경찰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 A 씨와 이선균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보자는 취지다. 이선균 측 변호인은 "A 씨 말대로라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에서도 양성이 나와야 하는데 이 씨는 음성을 받았다"며 "너무 억울한 상황이어서 A씨도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아 누구 진술이 맞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이선균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피의자 신분인 이 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그와 관련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불기소 처분의 일종인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는 상황 등 수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사망해 안타깝다"면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다른 피의자들의 수사는 절차에 따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