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채 몬시뇰[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천주교 원로인 정의채(세례명 바오로) 몬시뇰이 27일 선종했다. 정 몬시뇰은 대한민국 종교계의 원로로써 대통령 등 권력에도 쓴소리를 마다않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몬시뇰은 이날 오후 5시 15분께 노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98세.

정 몬시뇰은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출생했다. 28세인 1953년 사제품을 받았고 부산 초량 본당과 서대신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뒤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61∼1984년 당시 가톨릭대 신학부(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로 근무하며 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천주교 서울대교구 불광동 본당과 명동 본당 주임신부를 지낸 후 학교로 돌아가 학장(당시 총장)으로서 행정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정 몬시뇰은 1991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1992∼2009년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냈고 2005년 주교품을 받지 않은 가톨릭 고위 성직자에게 교황이 부여하는 몬시뇰 칭호를 받았다. ‘형이상학’, ‘존재의 근거 문제’, ‘삶을 생각하며’, ‘사상과 시대의 증언’, ‘현재와 과거, 미래를 넘나드는 삶’, ‘모든 것이 은혜였습니다’, ‘철학의 위안’, ‘중세 철학사’ 등의 저서·역서를 남겼다.

그는 원로 종교인으로서 현직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하기도 했다. 2007년 1월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신년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것은 다 남의 탓이라고 했다”며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정치 스타일은 잘못된 인식에 근거한 이른바 악(惡)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12월에는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식의 4대강 살리기는 30∼40년 전 사우디 현장 소장 시절에 적합한 이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의 의사를 따른다는 것을 감지할 수 없었고 ‘내가 누구보다 나으니 나를 따라오라’고 하는 듯한 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정 몬시뇰의 빈소는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에 마련되며 28일 오전 11시부터 조문객을 받는다.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의 공동집전으로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