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머물고 있다고?…우리 공예, ‘현대예술’ 되다 [요즘 전시]
2024-01-03 10:57


천우선 작가가 제작한 안과 밖이 소통하는 열린 기물.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공예는 더이상 전통의 복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시간성을 보여주는 가치, 그 자체가 됐다. 예술을 입고, 현대적 디자인을 더하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추구하는 생산과 소비를 모두 일컫는 개념이 되면서다. 바야흐로 ‘공예의 변주(Shift Craft)’ 시대다.


이영주 작가가 제작한 ‘카논’ 시리즈.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김동현 작가가 수많은 망치질로 구현한 주전자와 화병.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3일 서울 안국동 소재 국내 첫 공립 공예 전문 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만년사물’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국내 대표 금속 공예작가 18명이 참여했다. ‘올해의 금속공예상’ 역대 수상자인 작가들의 수고로운 작업을 거친 작품 303점이 전시된다. 공예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과 공존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는 특히 10년간 올해의 금속공예상을 후원해 온 고려아연과 함께 개최한 첫 특별기획 전시다. 지난 2013년 처음 시작된 올해의 금속공예상은 매년 만 45세 이하의 역량 있는 한국 금속공예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매년 단 두 명이 선정된다.

전시는 대량 생산된 제품과 달리 적정 규모로 제작되는 완성도 높은 사물로서의 공예의 특징이 드러난다. 전시를 기획한 이소연 학예사는 “만년필처럼 오래 쓸 수 있는 공예라는 의미에서 전시명을 결정하게 됐다”라며 “공예는 우리의 삶과 가까이에 있는 지속가능한 제작 방식이자 생활 방식의 대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성철 작가가 만든 식기. 의도하지 않은 듯한 미묘한 변형이 특징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전시 구역은 ▷물질을 탐구하다 ▷되살리고 덜 버리다 ▷일상에 기여하다 ▷제작환경을 생각하다’ 등 4곳으로 구획됐다. 사물의 쓸모와 함께 아름다움, 친환경적인 재료의 성질 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화병, 식기, 소반, 주전자, 촛대, 브로치 등 일상 속 공예 예술품이 조명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환경에 덜 해로우면서도 적절한 효과를 내는 재료를 찾아내고, 이를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킨 작가들의 고민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페인트 대신 옻칠을 켜켜이 쌓아 결이 드러나는 마감을 하거나, 목공예가의 작업장에서 갈라져 못쓰게 된 목기를 재료로 쓰거나, 혹은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박지은 작가가 다 쓴 틴케이스를 재활용해 만든 브로치.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김석영 작가가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해 만든 조명.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2014년 올해의 금속공예상 수상자인 박미경 작가는 “공예는 곧 삶”이라며 “아름답고 쓸모 있는 것을 만들고, 이를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감상하며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인류가 누려온 풍요와 지구의 안전을 양립하게 하는 생산과 소비 방식에 대한 이 시대 공예가들의 고민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전지구적 의제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1~2월에는 격주 목요일 총 5회에 걸쳐 ‘공예가의 초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작가의 시연, 제작 체험, 라운드 테이블 등 다양한 구성의 워크숍을 통해 전시에 참여한 작가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3월 10일까지. 무료.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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