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폴란드 남동부 도로허스크의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 통과 앞에서 폴란드 농민들이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폴란드 농민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에 반대하며 국경에서 벌이고 있는 항의 시위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폴란드 농민 시위대는 이날 메디카 국경 검문소에서 곡물을 싣고 지나가던 화물 기차를 멈춰 세우고 실려있던 곡물을 철로에 쏟아버리는 시위를 벌였다.
폴란드 농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자국에 유입돼 시장을 해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부터 국경을 막아서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수출 항로가 러시아에 의해 막히자 유통 대란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와 수입 제한 등을 대폭 완화했다. 당초 이러한 조치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유럽을 거쳐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으로 수출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폴란드 등 인접 국가 농민들은 농산물 일부가 자국 시장에도 유입돼 가격을 떨어트리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폴란드 운송 업계도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 운송 업체들이 유럽 국가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도 일할 수 있게 돼 자신들의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국경을 트럭으로 막아서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국경 차단 시위로 인해 전쟁 물자 운송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항의하며 유럽연합(EU) 측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철로에 버리는 것은 유럽 국가들을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벌인 또 다른 정치적 도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우크라이나 인프라부는 해당 농산물이 폴란드가 아닌 독일로 향하던 것이었으며 폴란드로 들어가는 모든 농산물은 당국 검역을 받아 봉인되기 때문에 폴란드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시위에 지친 우크라이나 운송업체들도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운송업체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폴란드로 가는 국경 세 곳에서 ‘우크라이나 봉쇄는 유럽 가치에 대한 배신’ 등이 적힌 항의 팻말을 드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수입 규제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자국 농민 달래기에 나섰다. 미할 콜로지에자크 폴란드 농업부 차관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현재 공은 우크라이나 측에 있다“며 “그들이 우리와 합의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추가적인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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