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유 화물선 루비마르호가 침몰하기 전 홍해에서 예멘 후티의 공격을 받은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달 홍해에서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영국 소유 벌크선 루비마르호가 결국 침몰했다. 지난해부터 후티가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대상으로 위협을 가한 이후 첫 침몰 사건이다. 선박이 침몰되면서 유출된 기름으로 이젠 해상 교역에 대한 위험을 넘어 환경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나머지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연합국을 중심으로 결성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도 후티를 제압하는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 외신은 예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루비마르호가 침몰했다며 홍해의 환경 재앙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선박이 침몰하기는 처음이다.
벨리즈 선적으로 영국에 등록된 루비마르호는 지난달 18일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의 공격을 받은 뒤 서서히 바다에 가라앉았다. 루비마르호 침몰에 따른 기름과 비료의 유출이 홍해 해양생물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고 주변국에 직접적 피해를 준다고 분석이 나온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24일 루비마르호의 손상으로 바다에 약 29㎞에 달하는 기름띠가 형성됐다며 “루비마르호는 공격받을 당시 4만1000t이 넘는 비료를 운송 중이었는데 이것이 홍해로 유출될 수 있고 환경재앙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홍해 위기로 국제 물류에 심각한 혼란이 빚어지자 올해 1월부터 예멘의 후티 근거지를 타격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후티의 지대공 미사일을 폭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도 지난달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아스피데스 작전'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올해 1월부터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들이 후티에 대한 타격을 개시했으나,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한 위험을 줄일 만큼의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군과 영국군의 반복적인 공격은 여러 척의 후티 보트를 침몰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후티를 저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 연구소인 걸프 국제 포럼은 지난 1월 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영국의 후티의 군사적 위치에 대한 타격은 후티가 홍해 선박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는 것을 막는 데 최소한의 영향을 미쳤지만,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며 “후티에 대한 폭격전은 서아시아에서 미국의 부족한 전략을 가장 최근에 반복한 것에 불과하며, 새로운 군사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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