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제품 저가 수출로 세계경제 교란할라”…中 양회에 미국도 ‘촉각’[세모금]
2024-03-04 16:58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 개막식 날 군사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개막하면서 어떤 경제 부양책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지방정부 부채, 국내 소비 부진, 디플레이션 우려 등 경기 부진에 봉착해있는 만큼 이번 양회는 예년보다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의 돌파구로 중국이 저가 생산품 수출 공세를 강화할 전망도 나오고 있어 미국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저가 공세가 세계 경제에 쇼크를 불러오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동산 침체로 국내 소비 둔화를 겪는 상황의 돌파구로 수출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안팎에선 시진핑 정부가 4일부터 시작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등 양회에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3대 신(新)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5% 경제성장률 목표를 선언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이 경기 침체로 위축된 만큼 대외 수출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혁신 주도 발전을 추진하고 낡은 성장동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의 원활한 전환을 실현해야만 중국이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첨단 제품을 싼 값에 대거 국외로 수출할 경우 1990년대 1차 차이나 쇼크 당시보다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의 제조업체가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경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WSJ은 전망했다.

WSJ는 “1차 차이나 쇼크 당시에는 값싼 중국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대신 철광석과 석탄, 기타 상품 등을 사들이면서 인플레이션 효과가 상쇄됐지만 중국이 불황에 처한 현재는 그런 상쇄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0여년 간 방대해졌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전 세계 제조업 생산량의 31%, 전체 상품 수출의 14%를 차지했다. 1990년대만 해도 중국의 제조업 점유율은 10% 미만이었고, 수출도 5%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중국발 디플레이션이 전 세계에 미칠 충격은 보다 광범위하고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중국으로부터의 디리스킹(위험감소)을 위해 반도체와 전기차 등 첨단제품의 국내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과잉 생산을 더욱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데이비드 오토 MIT대학 경제학 교수는 “중국은 기술 리더십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자동차, 컴퓨터, 반도체 및 복합 기계 분야에서 (미국 등)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가 더 근본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선 전기차 등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하고 있다.

조시 홀리 미국 공화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27.5%에서 125%로 약 4.5배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유럽이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한다며 보조금 조사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도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국산 모든 제품에 대해 부과한 1기 임기 정책에 더해 60%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이 강화된 기술 수준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등 서방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인 응답자 절반은 자국의 가장 큰 위험으로 중국을 꼽았고, 러시아가 17%로 2위를 차지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와 같은 다른 조사들 역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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