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사교육업체, 유착 드러났다…문항 팔고, 배우자 동원해 수수까지
2024-03-11 14:01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교원들이 사교육업체에 불법적으로 문항을 제공하고, 금전적 이익을 받는 등 양측 간 깊은 유착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수능 및 수능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소위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하고, 사교육업체로부터 6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교원도 있었다. 급기야는 탈세를 위해 배우자 명의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교원 등의 사교육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수사요청 관련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공교육의 신뢰성 회복 및 교원의 복무기강 확립을 목표로 관련 복무실태를 점검해왔다.

감사 결과 수능 출제과정에서 집필 중인 EBS 교재 문항 지문이 수능 문항에 출제되고, 수능 문항과 사설 모의고사 중복 검증 누락, 중복 지문 출제에 관한 이의신청을 평가원 직원들이 공모해 부당처리한 문제가 있었다. 또 수능 경향에 맞춘 양질의 문항을 공급 받으려는 사교육업체와 금전적 이익을 원하는 일부 교원 간에 금품 제공을 매개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도 확인됐다.

이번 수사요청 주요내용을 보면 대학교수 A는 평가원의 의뢰로 EBS 수능연계교재를 감수했는데, 고교 교원 B씨가 지문으로 출제한 문항이 수록됐었다. 그럼에도 EBS의 보안서약서를 위반해 자신이 감수한 교재에 실린 문항 지문을 무단으로 사용해 23번 문항을 출제했다.

유명 학원강사 C씨는 해당 문항을 공급 받아 모의고사로 제작했다. 평가원 영어팀마저 당시 합리적 이유없이 강사의 수능 모의고사를 구매하지 않아 검증 대상에서 이같은 문제가 누락되게 했다. 해당 건에 대한 이의신청이 이어짐에도 평가원 담당자들은 수능 출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우려, 해당 안건을 아예 이의심사위원회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했다.

이밖에도 수능 검토위원 경력 교원이 다른 수능 검토위원 등을 포섭해 문항공급조직을 구성한 후, 사교육업체와 문항을 거래하기도 했다. 일부 교원은 사교육업체 거래이력을 숨기고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교원이 배우자와 공모해 출판업체를 운영, EBS 교재 집필진・ 수능 출제경력 교원 등으로부터 문항을 구입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교원은 이를 대형 사교육업체 등에 공급하고 금전적 이익을 수취했다. 또 교원이 EBS 영어 수능연계교재 파일을 교재 출간 전에 빼돌려 변형 문항을 제작, 학원 강사에 공급하고 금품을 수수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현직 입학사정관이 사교육업체에 취업해 자기소개서 작성 강의 등을 제공 후 금품수수하는 등 사교육 업체와 관련 종사자들간의 각종 유착이 이뤄졌다.

감사원은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난 2월 7일 등 3차례에 걸쳐 교원,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방해, 배임수증재 등의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그 외 문항 거래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되는 다수 교원에 대해서도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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