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대사 임명에 탄핵·고발 후폭풍…정부 “중량감 있는 인사 임명” 반박
2024-03-11 15:33


주호주 한국대사에 임명돼 지난 10일 출국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한국대사 임명과 출국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중요한 방산 파트너인 호주에 중량감 있는 인물을 대사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며 임명과 출국 과정에서의 절차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관련 장관들의 탄핵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주호주대사에 임명된 이 전 장관은 10일 극비리에 호주로 출국했다. 채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는데,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조사와 출국금지 해제를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이 전 장관은 공항에서 기다리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취재진을 피해 전날 오후 7시51분 호주 브리즈번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11일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임인 김완중 호주대사는 이미 지난해 말 정년을 맞이했지만, 지난해 말 양국 간 24억달러 규모의 레드백장갑차 수출계약이 체결되면서 정부는 관련 업무가 마무리된 뒤 후임 대사 임명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가 2021년 7억8000만달러 규모의 국산 K-9 자주포를 호주에 수출했고, 지난해 말에 장갑차 수출까지 성사시키면서 호주는 우리의 주요 방산 파트너 국가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한 후 제3국 공동수출까지 방산협력의 효과가 배가될 전망”이라며 “현재도 신형 호위함 3척 수주 경쟁을 진행 중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방산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진행하는 유일한 국가로,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도 중요한 안보파트너인 만큼,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방부 장관 출신인 이 전 장관을 중량감 있는 인물로 대사에 임명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미 주재국인 호주가 이 전 장관을 대사에 임명하는 것을 동의하는 아그레망을 보내왔고, 외교관 여권이 발급돼 출국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 원본은 받지 않은 상태다. 통상 해외에 파견되는 대사는 대통령에게 신임장 원본을 받아 주재국의 국가원수에게 제정한 후 정식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는 “부임하는 공관장이 소수일 경우 신임장은 부임 후 외교행낭을 통해 별도 송부해 주재국에 제정하고, 이후 다수의 신임 대사들이 국내에 모이는 자리에서 세레모니 차원의 신임장 수여식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가깝게는 지난 8일 임명된 윤연진 주모로코 한국대사도 별도의 신임장 수여식이 없이 현지에 부임한 사례가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가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됐던 것이고, (이 전 장관이) 수사와 관련해 충분히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호주는 국방 관련 외교 현안이 많은 나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그런 점을 고려해서 인사한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 출국을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

반면 민주당과 제3지대 정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조태열 외교·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장관 임명과 출국을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권이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많이 앞설 때 자중하고 조심하는 것 같더니, 지지율이 조금 역전되는 것 같으니 곧바로 이 전 장관을 ‘도주 대사’로 임명하고 개구멍으로 도망시켰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오후 공수처에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박성재 법무부 장관, 심우정 법무부 차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조국 대표는 전날 “채 상병 사건 관련해서 자기가 결재를 해놓고 대통령실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고 자기 결재를 뒤집었다. 공수처에서 피의자로 지목한 그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누가 임명했느냐”며 “채 상병 사건의 공모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보낸 것은 범인도피죄”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의자 이종섭이 결국 도피에 성공했다. 가히 ‘런종섭’이라고 불릴 만하다”면서 “취재진을 만난 이 전 장관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고 했다.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말”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미래는 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를 촉구했다. 이동영 선임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있는 해명과 대국민 사과, 동시에 이 대사를 즉각 국내로 소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범죄 피의자가 해외로 도망가는데 수수방관하고 공조 의혹이 깊은 공수처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호주행 비행편 탑승이 확인되자 경찰들이 안전을 위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치우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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