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화성형아이키움터 동탄신동점. 신한금융희망재단이 지원해 신한 꿈도담터가 됐다. 홍승희 기자
[화성=홍승희 기자] “하마 하마 춤춰라. 느하래비 배추밭에 장구치며 논다”
아이들의 노랫말과 함께 장구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는 경기도 동탄신도시의 한 건물. 오후 4시부터 진행된 장구 수업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각각 어머니와 함께 수업에 들어왔다. 한 손은 엄마 손, 다른 손은 장구채를 잡고 힘차게 장구를 두드리는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화성시는 지난해 전국 261개 시군구 중에서 아기가 가장 많이 태어난 곳이다. 출생아 6700명을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도 0.98명으로 전국 평균(0.72명)보다 높다. 화성시의 출산율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화성형아이키움터’다.
화성형아이키움터는 어떤 곳일까. 최근 헤럴드경제가 찾은 화성형아이키움터 동탄신동점에서는 부모들이 모여 양육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자녀를 함께 돌보고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3회차에 걸쳐 이 장소를 개방하면, 아이와 부모는 비치된 장난감 등을 함께 가지고 놀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다보니 부모들끼리 품앗이 활동을 통해 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공동육아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른바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이용하는 공공 ‘키즈카페’인 셈이다.
신한금융이 지원한 경기도 화성시의 화성형아이키움터 동탄신동점. 홍승희 기자
동탄신동점을 개소한 데는 신한금융그룹의 역할이 컸다. 50평은 족히 돼 보이는 공간의 인테리어부터 기자재, 장난감, 그리고 동화책까지 대부분 신한금융희망재단이 지원했다. 신한금융희망재단이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공동육아나눔터를 지원하기 위해 진행하는 ‘신한 꿈도담터’ 사업의 일환인 것이다. 2018년 3월 시작된 꿈도담터 사업은 오는 5월까지 200개의 센터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2018년 42개소, 2019년 34개소, 2020년 22개소 등을 지원해 이미 150여개소가 지원 완료됐다.
신한금융은 꿈도담터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우선 아이들과 부모들이 춥지 않도록 효율적인 바닥 난방재를 사용했다. 냉장고부터 장난감 소독기, 텔레비전, 데스크탑 등 수업에 필요한 물품도 투입했다. 이렇게 조성된 꿈도담터를 통해 현재까지 누적 6975명에게 금융교육을 진행했으며, 4864명에게 사회성 발달교육을 제공했다.
신한금융의 지원으로 기반 시설이 마련되니, 센터는 다른 곳에 더 많은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 동탄신동점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장난감은 두 개, 세 개씩 비치해둔다.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전통악기를 가르쳐주는 ‘흥나라 유아장구·전래놀이’ 및 ‘동화오감놀이’ 등 다채로운 상시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화성형아이키움터 동탄신동점 관계자는 “아이키움터를 찾는 부모들이 복지혜택을 받는 거 같다고 이야기한다”며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육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은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도 많이 찾는다. 신도시인 동탄의 특성상 직장 육아휴직을 비교적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고, 또 재택근무를 하는 남성 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것이다. ‘케익만들기’ 등 아이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아빠들이 육아를 터득할 수 있는 배움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경숙(42)씨를 포함한 엄마들과 아이들이 화성형아이키움터 동탄신동점에서 장구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홍승희 기자
그렇다면 화성시는 왜 출산율이 높을까. 이곳 엄마들은 하나같이 입모아 ‘공동육아’를 외친다. 함께 육아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잘 조성돼야 한 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동탄 신도시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경숙(42)씨는 공동육아의 장점으로 제일 먼저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경숙씨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이 신한 꿈도담터를 찾는다.
그는 “유치원도 화성에 있는 ‘공동육아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며 “일반 유치원과 비교했을 때 다른 아이들과 서슴없이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끼리 서로 별명을 얘기하고 모든 학부모들과 서슴없이 지내다보니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걸 느낀다”고 설명했다.
양육자 입장에선 다른 부모들과 친해질 수 있으니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다. 경숙씨는 “아이를 키우는 게 처음이니 모르는 게 많다”며 “서로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자 아이를 보면 힘들다”며 “여러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놀면 아이들도 굉장히 좋아해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신한 꿈도담터는 경숙씨에게 없어선 안 될 공동육아 사랑방이다. 그는 집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일반 상업용 키즈카페는 가지 않고, 늘 청결한 이 화성형아이키움터를 찾는 편이다. 경숙씨는 “깨끗한 환경에서 부모든 아이들이든 서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터전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공동육아를 위한 공간 조성 노력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희망재단 관계자는 “맞벌이 가정의 초등생 자녀도 안심하고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신한금융희망재단이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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