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렸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월급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월 209시간 근무기준)으로 작년보다 올해보다 3만5530원 늘어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향후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8월 5일 고시돼 내년부터 시행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위원 투표를 거쳐 이같이 최종 결정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심의기구인 최저임금위 내에서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표결로 결정한다. 이번 심의의 마지막 역시 합의가 아닌 표결로 결정됐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퇴장하고 있다. 이날 최저임금위는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연합]

이날 당일에만 2~4차에 걸친 수정안을 거쳐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최종안인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에 대해 투표에 부친 결과 경영계 안이 14표, 노동계 안이 9표를 받았다. 공익위원 9명 중 4명은 노동계 안에, 5명은 경영계 안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최종안을 제시하기 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1만원~1만290원)에 반발하며 투표 직전 투표에 불참해 23명만 투표에 참여했다.

역대 최장 심의였던 작년 기록(110일)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밤샘 마라톤’ 회의가 진행되면서 지난 5월 21일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개시된 지 53일 만에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최저임금위는 11일 오후 3시 10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간극을 좁히지 못해 자정을 넘기게 됐고 일자 변경에 따라 차수도 11차로 변경됐다. 다만 졸속 심의를 우려한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회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내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우리나라는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었다. 최저임금이 5000원대로 올라선 지난 2014년 이후 11년 만이다. 다만 인상률 1.7%는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한 지난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2023년 9620원(5.0%), 올해 9860원(2.5%)이었다.

다만 표결 결과에 노사가 반발하는 상황이 매년 재연되면서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어렵게 결정된 최저임금 1만30원은 내년 1월부터 업종 구분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2025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기준 47만9000명(영향률 2.8%),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 301만1000명(영향률 13.7%)으로 추정된다.

한편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음달 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노사는 고시 전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다만 이의제기가 수용돼 재심의가 이뤄진 전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