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얻은 ‘뜻밖의 선물’ 음식 47가지
2024-07-12 11:14


세렌디피티/오스카 파리네티 지음/최경남 옮김/레몬한스푼

“목마르시죠? 이걸로 목을 축이세요.”

칭기스칸이 세계 정복에 나섰던 12세기 무렵, 그의 병사 중 하나가 긴 사막을 횡단하던 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한 마을에 들렀다. 마을 주민으로 가장한 적군은 병사의 물병을 채워주며 친구인 척 했다. 사실 그들이 담아준 것은 물이 아니라 상한 우유. 이들에게 상한 우유를 먹여 배탈이 나면 사막을 건너다 죽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적군의 의도는 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다. 칭기스칸의 병사들은 오히려 힘을 얻어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한 것. 상한 우유는 사실 발효가 시작돼 원시적인 형태의 요거트가 됐고, 병사들에게 필요한 힘의 근원이 됐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요거트는 이렇듯 적군의 악의에서 태어났다.

인류가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품 중에는 요거트처럼 우연한 실수로 만들어진 것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 중에 우연성이 작용해 필연이 된 경우가 부지기수다. 글로벌 기업 ‘이탈리(EATALY)’의 창업자인 오스카 파리네티는 신간 ‘세렌디피티’에서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47가지의 음식이 어떤 우연한 기회에 발명 혹은 발견이 됐는지 각 분야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아침을 여는 커피는 에티오피아 남서쪽 카파 고원의 고지대에서 염소를 방목하던 양치기 칼디의 호기심 덕분에 태어났다. 그는 염소떼가 특정 지역의 붉은 베리를 먹으면 훨씬 기분좋게 뛰어다닌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그 베리를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 수도사의 도움을 받아 열매를 구워 가루로 만든 뒤 물에 섞어 마셔보기도 했다. 구운 열매에서는 군침이 돌 만큼 근사한 향이 났고, 그 음료를 마시면 염소들처럼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이 느꼈다. 이렇게 커피는 태어났다.

전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초코잼 누텔라는 사실 1800년 나폴레옹 칙령에서 시작됐다. 당시 파리에서는 초콜릿이 유행이었지만, 해외에서 식료품 운반을 금지하는 칙령 때문에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를 사용할 수 없었다. 이에 제과업자들은 헤이즐넛을 활용해 초콜릿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들려고 애썼다. 당시 기업가 피에트로 페레로는 연구 끝에 누텔라의 전신인 잔두야 페이스트를 만들었고, 이는 킨더 초콜릿, 페레로 로쉐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제과회사 페레로그룹의 시작이 된다.

저자는 하지만 최고의 세렌디피티(뜻하지 않게 발견한 매우 가치 있는 것)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책의 마지막 챕터의 주제를 ‘인간’이라 정하고, 이탈리아 진화생물학자 텔모 피에바니의 기고문으로 갈음한다.

그는 “인간의 세렌디피티는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숨겨진 목표가 없다는 점에서 결론이 없는 이야기”라며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탐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한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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