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대전환 앞둔 시장…“채권·미국주식 노려라” [머니뭐니]
2024-07-17 09:48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하반기 투자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5대 은행 PB들은 채권, 경기방어주 등 금리인하기에 유리한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에 설치된 ATM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김광우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투자전략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도 있어서, 글로벌 투자 시장도 이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택시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돈의 흐름이 바뀔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17일 5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자산가들의 투자 전략을 물었다. 자산가들은 본격적인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비해 채권과 경기방어주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높다.

한미 금리인하 확실시…“안전자산 ‘채권’ 담아라”

시중은행 PB들은 한·미 중앙은행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일 오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도구에 반영된 9월 미국 금리인하 확률도 99.9%(0.25%포인트 91.9%·0.50%포인트 8.0%)나 된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확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웹사이트 캡처]

금리인하기에 가장 주목받을 상품으로는 자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채권이 꼽힌다. 채권은 금리가 하락할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상품인 데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 변동성을 줄여줄 안전자산이기도 하다. 만기는 가격 상승 기대가 더 큰 장기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윤지욱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PB팀장은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경기침체가 이어진다면 좋은 투자대상이 채권”이라며 “듀레이션(잔존만기)이 길수록 가격 상승폭이 더 큰 지렛대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에 20년 이상 국고채, 달러를 보유 중이라면 미 국채 20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미국보다 한국 채권을 추천했다. 그는 “미 국채의 경우 중국이 점점 팔고 있고, 그간 (매도물량을) 받아주던 일본은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 금리인하 자체는 플러스 요인이지만 시장에 물량이 많이 나오면 가격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시소게임에 따라 미 국채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는 만큼 국내 국채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내다봤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단기채를 살펴볼 만하다는 조언도 있다. 권현경 하나은행 영통금융센터 PB팀장은 “기존에 주식에 100을 투자했던 자산가들이 50을 안전자산과 유동성 자산으로 돌려 본격적인 투자 시점을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만기 3개월 전후 단기채는 정기예금 대비 알파 금리를 가져갈 수 있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해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주식 여전하지만 옥석 가려야…소외됐던 경기방어주 주목”

금리인하기에는 주식 투자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장’(미국 증시)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간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됐던 만큼 향후 업종(섹터)과 종목 선택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금리가 내리면 주가가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라며 “금리인하 기대가 있을 때는 주가가 올라갔다가 인하 직전엔 빠질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미국 주식을 여전히 좋게 보고 있지만 논쟁은 있을 수 있다”며 “그간 상승세를 견인했던 7개 빅테크 기업(M7)은 둔화되고, 다른 산업, 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국내 주식은 테마별로 변동성이 큰 만큼, 원/달러 환율이 높긴 하지만 미국 테크 기업, 반도체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한 번은 이익 실현하고 숨고르기를 할 수 있으니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정열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자문위원도 “미국 대선 전까지는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며 “종목보다 지수에 투자하는 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테크주가 부담스러우면 코스피 지수나 S&P500 지수로 대응하는 게 조금 더 편한 투자가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헬스케어·바이오 등 경기방어주에 기회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현경 팀장은 “금리인상기에 소외되고 낙폭이 과도했던 섹터에 대한 반등 기대가 있다. 헬스케어와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금리인하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는 섹터가 될 수 있다”면서 “빅테크 성장주에 대한 관심은 이어지지만 조정 이슈가 있을 수 있어 분할 매수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의 모습. [연합]

하반기 美경기·대선, 금투세 변수…“부동산 ‘똘똘한 한채’ 선호 강화”

PB들은 하반기에 미국 경기와 대선 등 변수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태형 지점장은 “금리인하를 언제, 어떻게, 왜 하는지가 중요하다. 경제 악화 때문인지, 선제적 보험 성격인지 등 경로가 중요하다”며 “미국 대선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열 자문위원은 “매크로(거시) 상황이 아직까지 나쁘진 않지만 변동성을 꼽으라면 고용”이라며 “고용은 한번 꺾이면 확 꺾여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속도를 유심히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욱 팀장은 “글로벌로는 미국 금리인하와 대선, 국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 실시 여부를 봐야 한다”며 “금투세를 폐지할지, 부활시킬지에 따라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의 영향으로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윤지욱 팀장은 “강남3구, 역세권, 신축 선호가 더 강화되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정성진 부센터장도 “입지가 좋은 ‘똘똘한 한 채’는 금액과 관계없이 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 투자 상품으로는 금 등 원자재 투자를 거론하는 PB도 있었다. 김정열 자문위원은 “금은 금리와 반대로 가격이 움직이고, 경기침체가 오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다”며 “경기침체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인 금에 일부 들어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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