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혼인·입양 회복의 길 열린다
2024-07-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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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1. 사실상 혼인관계로 자녀 A를 낳고 살았던 갑과 그 배우자 을은 제주4·3사건으로 인해 갑이 1950년에 사망함에 따라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에 큰아버지의 자녀로 등록돼 있던 자녀 A는 본인의 부자관계를 바로잡고 부모님의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정정하려 했지만, 부모님의 혼인관계에 관해서는 현행법상 불가했다. 그러나 ‘4·3사건법’과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A는 위원회로부터 부모님에 대한 사실상 혼인관계 결정을 받아 법률상 부부관계를 맺어 드리고, 본인도 실제 부모님의 자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2. 직계비속 남자 없이 집안의 호주로 살아오던 병은 1948년 제주4·3사건으로 인해 희생됐고, 1950년 집안에서는 호주승계를 위해 입양신고 없이 친척의 아들 B를 병의 사후양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현행법상 가족관계를 바로 잡을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4·3사건법’과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B는 위원회로부터 사실상 양친자 관계에 대한 결정을 받아 입양신고를 함으로써 희생자 병과 법률상 부자 관계를 맺게 됐고 희생자 보상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혼인·입양신고 특례의 절차와 방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의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4·3사건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그간 제주4·3사건은 사회적 여건상 희생자의 가족임을 당당하게 밝힐 수 없어 가족관계의 왜곡이 심했고, 이로 인해 희생자 보상금이 실제 유족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이에 행안부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1월 ‘4·3사건법’을 개정해 혼인·입양신고 특례를 도입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희생자와 유족의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지도록 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 등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또는 정정 관련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회)’의 결정범위, 사실상 혼인관계 및 사실상 양친자관계에 관한 결정을 위한 신청 시 첨부서류, 사실조사 절차 등을 규정했다.

위원회에서는 ▷제적부 및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희생자의 사망 사실의 기록이나 정정 ▷희생자와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이나 인지에 관한 사항 ▷사실상 혼인관계 ▷사실상 양친자관계 등에 대해 결정할 수 있게 됐다.

가족관계를 소명하기 위한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희생자의 친족 또는 제주4·3사건 피해로 인해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돼 있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람 2명이 작성한 보증서(인우보증)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신청인의 입증 절차를 명확히 했다.

친부가 친모와 혼인·출생신고 없는 상태에서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경우 그 자녀는 신청서와 함께 친족 2명의 인우보증서 등 위원회에 제출해 부모님의 사실혼관계에 관한 결정을 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입양신고 관련 이해관계인을 위원회의 사실상 양친자관계 결정에 따라 제주4·3 보상금, 형사보상금 또는 국가배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변동되는 사람으로 정의해 위원회의 결정으로 발생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희생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거나 사실상 양친자 관계에 있던 이들은 위원회 결정을 받아 혼인·입양신고가 가능하게 됐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 사실상 혼인 및 사실상 양친자관계에 관한 결정을 위한 신청은 위원회 운영세칙 개정 및 담당 직원교육 등 신청·접수를 위한 준비작업을 마친 후, 9월 1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 내 도청, 행정시, 읍·면사무소 및 주민센터에서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를 바로잡음으로써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4·3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과 유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아픔을 보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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