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심야 출입’ PC방 알바생 기소유예…헌재 “퇴근 후라면 처분 취소”
2024-07-29 12:01


헌법재판소.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PC방에 청소년이 출입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PC방 아르바이트생에게 내린 기소유예처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PC방 아르바이트생이 퇴근한 후라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성인 인증 절차를 요구하는 무인기계에 대해 업주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한 점도 참작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실질적인 처벌은 없지만 범죄 이력에는 수사기록이 남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PC방 종업원 A씨가 청구한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소원에서 만장일치 의견으로 원고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A씨는 2022년 한 PC방에서 평일 저녁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근무했다. 어느날 A씨가 퇴근한 후 청소년 6명이 PC방에 출입해 약 1시간 동안 PC방을 이용했다. PC방은 신분증 등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출입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무인기계가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무인기를 작동시키지 않고 퇴근해 청소년들이 PC방을 출입하게 한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씨는 종업원을 게임산업법이 처벌을 규정한 ‘게임물 관련사업자’로 볼 수 없고, 업주로부터 무인기 사용 등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 법 위반 고의가 없었다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PC방 종업원 또한 게임산업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A씨의 경우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헌재는 “게임산업법의 양벌규정은 벌칙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용대상자를 해당 업무를 실제로 집행하는 자까지 확장해 행위자도 아울러 처벌한다. 종업원과 업주 모두 구(舊) 게임산업법에 의한 처벌대상”이라면서도 A씨의 경우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는 평일 3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이고 (출입) 청소년은 A씨 퇴근 이후 PC방에 출입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근한 후에도 업주로부터 PC방 업무를 위임·집행했다거나 청소년 출입시간을 준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업주로부터 무인기 사용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점주 B씨는 참고인 신문에서 ‘무인기 작동을 지시했다’고 진술했으나, 한달후 피고인 신문에서는 ‘매출 하락을 우려해 무인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A씨에게도 관련 지시를 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헌재는 “A씨가 업주로부터 지시를 받아 퇴근 시에 무인기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사실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은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수사미진의 잘못이 있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다.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돼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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