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가 위장 공격? 金 딴 데구치도 못 웃었다…“유도 바뀌어야”
2024-07-30 09:48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금메달 결정전을 펼치고 있다.[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에서 대한민국의 허미미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가 경기 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승자조차도 결승전에서의 판정이 께름칙했다는 뜻이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데구치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반칙패 했다.

두 선수는 경기 초반 탐색전을 벌이다가 경기 시작 56초에 나란히 지도를 받았다. 그러던 중 허미미는 2분 4초에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된다.

허미미는 경기 종료 1분여를 앞두고 바닥에 웅크린 데구치를 뒤집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데구치가 허미미의 다리를 붙잡아 가까스로 방어해냈다. 이후 연장전에서 데구치가 두 번째 지도를 받아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갔으나,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판정이 또 나왔다.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 열린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허미미는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것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데구치는 줄곧 뒤쪽으로 이동하며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심판의 판단은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었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도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관중석에선 지도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금메달을 확정짓고도 웃지 못했다. 그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고, 매트에서 내려와 코치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웃어보였다.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도 데구치는 지도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데구치는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바꿔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위장 공격에 대한 모호한 판정을 꼬집는 듯한 발언이었다.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금메달 결정전에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미정 한국 여자유도 대표팀 감독도 경기를 마치고 이번 판정을 두고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허)미미가 절대 위장 공격을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미가 주저앉고 안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계속 일어나서 공격했는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렇다고 캐나다 선수가 딱히 공격했던 것도 아니었다. 약간 유럽이라는 게 (판정에) 조금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고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한편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별세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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