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신청’ 티메프의 시간끌기…“내 돈 언제 줄 건데?” [언박싱]
2024-07-30 10:01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8일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티몬·위메프가 자력으로 미정산 사태 해결을 하지 못하고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티메프 입장에서는 시간을 번 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해 회복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은 부채가 많아 경영이 어려운 회사가 법과 제도의 보호 속에서 경영 정상화에 이르도록 돕는 제도다. 법조계에서는 회생 개시 결정에만 약 한 달, 이후 회생계획 작성 및 채무 변제까지 최소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회생신청으로 달라지는 점은 최우선 변제 대상이 생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소비자 환불에 업체가 집중했지만, 기업회생 신청 단계에서는 임직원의 임금과 퇴직금이 우선된다. 최근 사태 해결 과정에서 큐익스프레스, 위메프 등 큐텐 그룹 내 일부 회사들에서는 급여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데 임금 체불은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티메프가 ‘시간 끌기’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자기방어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면 금융채권과 상거래채권 등 모든 부채가 그 즉시 동결되고 임금체불로 인한 형사처벌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기업회생에 대해 티메프 측은 전날 “거래 중단과 회원 이탈로 인한 현금흐름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엔 회사가 한계를 직면한 상황”이라며 “현재 악순환을 방지하고, 판매회원과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기업 회생이 받아들여지면 판매자와 일부 소비자들은 채권자 신분이 된다. 환불을 못 받은 모든 소비자가 채권자 신분이 되는 건 아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무통장입금 등 계약상 소비자가 티몬·위메프와 직접 거래한 경우에 채권자가 될 수 있다. 이들 및 판매자(셀러)들을 포함해 고객 환불에 나선 카드사,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 페이사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에는 최대 6만 곳의 업체가 포함될 전망이다.


지난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환불 요청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

채권단이 동의할 경우 티메프는 회생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변제 계획에 따라 최대 10년 동안 빚을 갚는다. 대금 정산 기한 또한 해당 계획에 근거해 연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채권단의 동의로 회생이 진행되든, 파산에 이르든 회복 지연에 의한 판매자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파산 결정이 나더라도 현재 티몬과 위메프가 모두에게 줄 돈은 없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최대 미정산 피해 추정 금액인 1조원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위메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금액은 375억원, 티몬(2022년 기준)은 1294억원이다. 둘을 합해도 1669억원에 불과하다. 29일 구영배 대표가 밝힌 사재 출연, 지분 매각의 현실성도 낮다.

회생전문가인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정책이사는 “현 상황은 임금 지불과 환불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의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환불 절차가 중단되면 앞으로는 액수의 문제가 아닌 채권의 성격에 따라 받는 순서가 정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판매자 등 채권자들의 개별로 대응 시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추가 피해를 줄이는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 소비자들도 속상하겠지만 사실 수백만원 피해보다 수천만원, 수억원 피해로 무너질 수 있는 판매업체들도 간이회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금이 없어 도산, 부도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피해 지원의 우선순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 시민이 티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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