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갑작스런 기업회생신청, ‘구조조정 공적자금’ 노렸나
2024-07-30 11:15


금융감독원이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 현장 검사에 나선 30일 오전 금감원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구 큐텐테크놀로지가 입주한 빌딩으로 들어서고 있다. 임세준 기자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파장이 일고있다. 일각에서는 급작스레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소송과 압류, 추심 등 채권자들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지적한다. 두 회사가 입장문을 통해 자율구조조정과 기관 자금 투입을 요청하면서 '손실의 사회화' 논란도 일고 있다.

30일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접수한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의 회생절차 개시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티몬과 위메프의 자산처분을 막고 채권자들의 강제집행 등을 막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개별 채권자들은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기존의 강제집행 절차도 모두 중단된다. 티몬과 위메프가 피해고객들에게 환불을 진행하거나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조차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급작스런 회생절차...'시간 벌기 아니냐' 의심의 눈초리=일각에선 티몬과 위메프가 급작스레 회생절차를 신청한 데는 '채권자들의 압박'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일부 소비자들은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진과 구영배 큐텐 대표를 상대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이들은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포괄적 금지명령 하나만으로 이러한 민사절차는 당분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개별 피해자와 협력업체가 전자소송만으로 진행할 수 있는 지급명령은 민사소송에 비해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점에서, 눈앞으로 다가온 압류 등의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가 회생절차를 신청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29일 밝힌 입장문을 통해 'ARS 프로그램'(자율구조조정)과 '구조조정 펀드 차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ARS 프로그램은 회생절차 개시 이전에 채권자와 자율적인 협상을 통해 회생계획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을 통해 진행되는 회생절차 개시를 다소 미룰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티메프가 입장문을 통해 자율형 구조조정을 언급한 것은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사태 수습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회생절차를 악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명확한 심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생절차 개시 땐 '장기전'...자금지원도 난망=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명령할 경우 파장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기업회생절차는 짧게는 3~4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걸리는 장기전이다. 카드사와 결제사들의 환불이 시작된 개인고객들의 피해는 최소화된다고 해도,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길게는 수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회생절차가 개시될 경우 법원은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을 맡을 '관리인'을 선임한다. 통상 기업이 직접 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 대다수가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기존 경영자 관리인 체제(DIP)를 요청한다. 티몬과 위메프도 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으나, 경영 악화의 책임이 기존 경영진에게 있다는 점에서 법원이 이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구조조정 펀드를 통한 지원(DIP 금융)도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DIP 금융은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회생기업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을 뜻한다. 회생계획안이 이행될 시 DIP 금융으로 지원받은 자금은 상거래 채권자 등 보다도 최우선 변제대상이 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시중 이자율보다 낮은 이율로 회생기업에 DIP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가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DIP 금융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의 사회화' 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DIP 금융을 제공하는 기관은 공기업과 정부·연기금의 출자를 받은 일부 민간펀드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 등의 사재출연 계획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DIP 금융 가능성을 회사가 먼저 언급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실제로 DIP 금융이 실현되기도 어렵지만, 된다 해도 부실경영 책임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노아름 기자



aret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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