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첨단 기술’ 장착한 美 프리미엄 전기차, 안전성·주행거리 모두 높인 비결 들어보니… [히든 스팟]
2024-08-10 08:00

〈히든 스팟〉

수많은 기업들에는 다양한 조직과 직군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고유 사업을 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에는 없거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영웅이며 비밀병기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든 스팟’이라고 부릅니다.


신명수(왼쪽 첫번째) 포스코퓨처엠 수석연구원이 이담현(왼쪽 세번째) 사원, 포스코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캐딜락 리릭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국 제네럴모터스(GM)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이 지난 5월 국내 시장에 내놓은 첫번째 순수 전기차 ‘리릭(LYRIQ)’은 포스코그룹의 다양한 최첨단 소재기술이 접목된 차량이다. 배터리 소재로는 포스코퓨처엠이 생산한 양극재와 음극재를 활용했고, 차체와 구동모터코아에는 포스코의 최신 철강 소재가 투입됐다.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각종 신기술이 캐딜락 앰블럼을 달고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주요 완성차 시장을 누비게 된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리릭의 소재 개발에 직접 참여한 신명수 포스코퓨처엠 음극재개발그룹 수석연구원과 이담현 포스코퓨처엠 해외마케팅1그룹 사원을 인터뷰하고, GM과의 협업 과정을 비롯해 배터리 신소재 개발 관련 숨겨진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신 연구원은 “리릭 출시를 앞두고 GM과 여러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협력과 신뢰를 쌓은 과정이 뜻깊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완성차 업계에서는 어느 소재를 썼는지 외부에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양사가 이번에 공동 프로모션을 하게된 점도 양사의 신뢰를 반영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GM이 주목한 포스코퓨처엠의 기술로는 먼저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단결정 양극재’가 꼽힌다.

하이니켈 NCMA 단결정 양극재는 에너지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열안정성과 수명도 함께 향상시키는 고부가가치 배터리 소재 제품으로,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이담현 사원은 “하이니켈 NCMA 단결정 양극재를 활용한 덕분에 리릭은 465㎞라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특히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소성(열처리)과 코팅 기술력이 필요한데 포스코퓨처엠이 그동안 쌓아온 소재 경쟁력이 다 녹아들어갔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들이 리릭의 차량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제공]

이 사원은 “하이니켈 NCMA 단결정 양극재는 니켈의 함량이 높을수록 용량은 늘어나지만 코발트와 망간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안정성과 출력이 낮아지는 기술적 한계가 있는데, 포스코퓨처엠은 여기에 알루미늄을 첨가해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리릭은 190㎾급의 고속충전 성능을 갖췄다. 이는 포스코퓨처엠이 독자 개발한 ‘저팽창 천연흑연 음극재’ 기술이 반영된 결과다. 이 기술을 통해 10분 충전에도 단번에 120㎞ 주행이 가능해졌다.

신 연구원은 “기존 천연흑연 음극재의 ‘판상형 구조’를 ‘등방형 구조’로 개선해 리튬이온의 이동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했다”면서 “이를 통해 급속충전 성능은 약 15% 향상시키고, 팽창률은 25% 감소시켜 ‘빠른 충전속도’와 ‘긴 수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소개했다.

판상형 구조가 탄소성분이 층층이 쌓여있는 형태라 리튬이온의 이동 경로가 양옆으로 제한된 구조라면, 등방형 구조는 이를 개선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가 가능하다. 구조 개선 덕분에 소재에 들어간 리튬이온의 이동속도를 높이고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연구원은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라면서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포스코퓨처엠 연구진들의 많은 땀과 노력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리릭을 업무용 차량으로 직접 도입하고, 소속 직원들이 차량을 탑승해볼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회사가 적용한 최신 기술의 강점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향후 추가적인 소재 개발에서도 영감을 얻도록 하기 위해서다.

차량을 탑승해 본 소감을 묻자 신 연구원은 “매우 조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차량 무게가 3톤에 달한다는데 이차전지와 모터 기술이 합쳐져 500마력의 출력을 제공하니 차량이 둔하다거나 무겁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호평했다.

이 사원도 “굉장히 부드럽고 편안안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실제로 우리의 소재가 탑재된 차량을 시승해보니 감회가 새롭고, 그동안의 노력을 모두 보상 받는 기분”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번 협업을 기반으로 향후에도 우수한 배터리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GM의 전기차 로드맵에 맞춘 다양한 제품 라인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등 GM과의 공고한 파트너십도 이어나간다. 아울러 양극재와 음극재, 두 배터리 소재를 아우르는 연구개발과 통합 마케팅에도 힘쓸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침체기) 극복을 위해 ‘엔트리’부터 ‘프리미엄’을 아우르는 배터리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겠다”면서 “제품을 찾는 기업 고객과 이를 활용한 차량을 타는 소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캐딜락 리릭 외관 [포스코퓨처엠 제공]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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