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바다, 더 멜랑꼴리 “폭염 보내고, 우리 떠나자”[함영훈의 멋·맛·쉼]
2024-08-18 09:52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철 지난 바닷가에 황혼이 질 때면/ 저 멀리 안개 속에 무적(뱃고동)이 운다./ 하얀 꿈을 찾아 철새 처럼 떠나 온/ 하얀 물결 따라 걸어가는 두사람...’


이호 해수욕장


동쪽 우도 부속섬 비양도 야영장

올 여름엔, 무더위와의 사투에서 이긴 다음에야, 철 지난 바다를 찾는 늦캉스족이 더 지혜로울지도 모른다.

철 지난 바다는 더 호젓해 평화롭고, 마음은 더 멜랑꼴리해진다. 늦여름-초가을, 철 지난 바다가 더 서정적인 곳, 대표 주자는 제주도이다. 제주관광공사의 도움을 얻어 무더위와의 전쟁을 끝낸 육지의 친구들이 제주를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캠핑 성지, ‘신상’ 야경= 아침 저녁으로 무더위가 가실 무렵, 가장 운치있는 여행법은 캠핑이다. 제주의 캠핑은 자연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모구리 야영장

해변가에서는 파도 소리와 함께 로맨틱한 순간을 즐기고 숲속에서는 맑은 새소리와 바람 속 나뭇잎소리가 함께 조용한 휴식을 취한다.

프랑스의 프로방스, 강원도 태백산 같은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 우리 아이의 꿈과 희망은 커지는 사이, 제주특별자치도는 근사한 캠핑장과 야간 특별개방 구역을 늘렸다.

해변 야영장은 함덕, 김녕, 협재-금능, 표선, 동쪽 우도의 부속섬 비양도에 차려져 있고, 모구리 야영장은 영주산 아래, 온평리 해변에서 4~5km 서쪽 내륙에 마련돼 있다.

불맛 가득한 바비큐, 수영장과 온천, 테니스장까지 준비된 글랭핑장은 안덕의 스타빌, 제주시 천백도로의 글램큐, 애월의 홍스랜드 등에 있다. 캠핑에 필요한 물건의 렌탈은 카카오캠핑에서 벨리타캠핑장을 검색하면 된다.


탐라해상풍력단지의 밤풍경. 일종의 인공오로라가 생겼다.

낮에도 여행할 만 하거니와, 밤에도 빛나는 곳을 제주관광공사가 여럿 두었다. 협재와 수월봉 사이에 있는 탐라해상풍력단지는 밤이 되면 더 아름답게 빛난다.

제주의 탄생과 중세역사, 독립투쟁의 역사를 간직한 제주 목관아(~10.31)는 야간개장으로 서울 창덕궁이 부럽지 않다.

서귀포시 새연교 음악분수(~10.25)도 춤을 추고, 하영올레에선 야간 걷기 프로그램도 있다. 제주시 탐라문화광장일대에서 오는 24~25일 컬러풀 산지 축제가 열린다.


제주목관아의 야경


컬러풀 산지 축제

▶호젓한 백사장 어씽, 선선한 꽃길 걷기= 바다는 북적거리는 곳 말고, 안덕 소금막해변(황우치해안), 구좌 코난해변, 남원 태웃개, 한림 월령포구, 조천의 신촌포구 등 호젓한 곳을 찾는다면, 늦캉스를 온 것이 올해 잘 한 일 중 하나라고 느낄 것이다.

이곳에서 소금기를 머금은 모래밭 어싱(Earthing)을 한다면 칼로리 소비, 코어 운동, 에너지 축적 등 육지 평지길 어싱보다 나을 것이다.


코난해변

드라이브는 도구리알로 잘 알려진 신도리 뿔소라공원, 서귀포시 무릉중앙로의 영락리 포구, 애월 구엄리 돌염전, 김녕에서 성산 오조까지 이어진 김녕 해맞이 해안로 등이 덜 붐비고 아름다운, 육지 친구들에겐 ‘신상’ 같은 길이다.

철 지난 바다옆엔 꽃길도 있다. 수국은 말기에 접어들었고, 제주시 선림사, 애월읍 연화지와 서귀포 법화사의 연꽃은 여전히 남아있다.


비체올린 능소화

하얀 샤스타데이지는 한림읍 월림7길 서부농업기술센터에서 감상한다. 메밀꽃은 조만간 절정이다. 오라이동 메밀밭이 유명하다. 꽃 피는 기간이 긴 능소화는 한경의 비체올린에서 여전히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의 전령, 해바라기는 안덕 서광리의 신화테마파크-신화가든, 애월 항파두리항몽유적지에서 감상한다.


항몽유적지 해바라기

숲길은 조천의 샤이니숲길, 구좌의 고망난돌, 김녕의 ‘떠오르는 길’이 좋고, 애월읍 상가리의 야자숲, 조천 돌문화공원 하늘연못길, 한림 월령이 선인장 군락지는 제주에 있는데도 해외여행을 온 듯한 이국적 정취를 풍긴다.


떠오르는 길


오라메밀밭

▶가정식 뷔페= 제주도 마을의 맛과 인심은 마을식당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음대로 취향대로 골라먹는 마을 가정식뷔페가 인기이다.

유명 셰프도 극찬한 마을식당은 점심시간 줄이 길게 늘어서지만 기다리는 보람이 있다.

고소한 갈치구이와 야들야들한 수육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치킨데이, 탕수육데이 등 요일마다 메뉴 구성이 조금씩 바뀌는 점도 마을식당의 매력이다. 착한 가격으로 입맛을 충족시키고 집밥의 따뜻한 추억을 함께 즐겨보자.

마을 가정식 뷔페 명소로는 한경면 용금로 한양동식당, 한림읍 상한로 상명식당, 대정읍 추사로 ‘우리동네 윤성이네’ 등이 추천지이다.


한양동 식당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오해이다. 고물가 시대이지만 도심 곳곳에서도 인심 후한 맛집을 찾을 수 있다.

메인 메뉴부터 밑반찬들까지, 먹고 싶은 만큼 즐기는 한식뷔페는 물론 장모님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솥밥 정식집과 생선구이까지 먹을 수 있다. 착한 가격으로 맛 까지 야무지게 챙긴 가심비 식당이 많으니 여행시 참고하자.

제주관광공사는 시내 가심비 식당으로, ▷제주시 연신로의 장모식탁, ▷제주시 서광로2길의 현옥식당, ▷제주시 북성로의 한식뷔페 산라한, ▷제주시 동문로 착한제주고등어, ▷제주시 오일장 서길 나는 지금 생선이 먹고싶다 등을 추천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수년전부터 ‘착한 업소’를 심사, 인증, 공개하고 있다. 제주착한가격업소(sobi/kind)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구엄리 돌염전

▶예술= 날이 좋아도, 날이 적당해도, 비가 내린다 해도, 실내 뮤지엄 등은 여행자를 기다린다.

몽환적인 미디어아트는 어떨까? 벙커를 몰입형 예술 전시관으로 만들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빛의 벙커와 국내 최대 규모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으로 최근 키즈파크까지 오픈한 아르떼뮤지엄, 한국 애니 첫 아카데미 후보인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오의 미디어 전시가 열리는 하우스오브레퓨즈까지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감상해보자.


빛의 벙커

미술관이나 박물관 역시 비 오는 날 가기 좋은 장소이다. 제주 문화와 함께 예술적 감성을 끌어 올리며 여름비의 추억을 간직해보자.

제주관광공사의 추천 뮤지엄-미술관은 ▷하우스오브레퓨즈(제주시 애월읍 하소로 735) ▷아르떼뮤지엄(제주시 애월읍 어림비로 478) ▷빛의 벙커(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039-22) ▷제주도립미술관(제주시 1100로 2894-78) ▷제주현대미술관(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국립제주박물관(제주시 일주동로 17) 등이다.

제주도 세부 여행정보는 공식 관광 정보 포털인 비짓제주(visitjeju)넷과 인스타그램에 잘 나와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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