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vs 트럼프, 경제 정책의 유사점과 차이점 [배리 아이켄그린 - HIC]
2024-09-0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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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라 해리스와 도날드 트럼프[게티이미지]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의 사회 정책, 외교 정책, 특히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제 정책 분야에 대한 두 후보의 입장에는 예상대로 차이점도 있지만 의외의 유사점도 있다.

차기 대통령은 대규모 공공 부채와 예산 적자를 떠안게 될 것이다. 초당파적인 기구인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추산에 따르면, 그 규모는 2025년에 GDP 대비 6.5%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의 경제 정책 입장에서 한 가지 공통점은 둘 중 누구도 이 격차를 줄일만한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CBO는 2017년에 제정된 세금 감면 및 일자리 법이 현행법상 예정된 대로 2025년 말에 만료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통과된 이 법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하고 개인소득세를 감면했다. 트럼프는 이 감세 조치들을 영구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직을 수락하면서 그는 법인소득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가로 제안했다.

반면 해리스는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가구에 대한 세금과 자본이득세를 인상하고 억만장자에 최저세(minimum tax)를 부과할 것이다. 바이든 백악관이 제안했던 올해 회계연도 예산안대로라면, 법인세율은 21%에서 28%로 인상되어 트럼프 집권기에 줄어든 세율을 절반 정도 회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예산안에 따르면 2025년에 적자가 750억 달러 감소하더라도, 전체 재정적자는 2조 달러에 달한다. 즉, 세수가 늘더라도 조세 전문가들이 에둘러 말한 것처럼 ‘양동이 속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차기 대통령이 공적 지출을 삭감할 수 있는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 연방 지출의 59%는 연금, 의료 및 기타 필수 항목에 사용된다. 추가로 13%는 국방에, 14%는 채무에 대한 이자 지불에 사용된다. 그러면 삭감할 수 있는 예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정부 고용과 국방 지출을 대폭적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과연 국내 정치가 전자를, 외교 정책이 후자를 허용할지는 적어도 미지수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반도체 국내 생산 보조금을 수용했다. 해리스는 부모에 대한 세금 공제 확대, 유급 육아휴직, 보육에 대한 공적 지출, 교육에 대한 자금 지원 확대를 제안했다. 그는 의회가 만료를 승인한 팬데믹 시기의 한시적인 아동 세금공제를 영구적으로 시행할 것이다.


미국 선거에서 투표소 직원이 투표 스티커를 들고 있다. [로이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아 교육과 아동 빈곤 퇴치는 사업 계획만 잘 수립된다면 긍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리스는 이 “투자 수익률”(그의 표현)을 강조하며 이런 사업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적절한 계획과 높은 수익률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살펴보면, 이런 사업은 부분적으로는 예산 격차 확대를 막는다는 목적에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ommittee for a Responsible Federal Budget)에 따르면 팬데믹 시절의 아동 세금공제를 영구적으로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10년간 1조2000억 달러 이상의 세입이 필요하다.

트럼프도 연방 소득세를 수입세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2조 달러의 개인 및 법인세 수입을 3조 달러의 미국 수입품에 대한 세금으로 대체하려면 어마어마한 고율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관세인 약 50%를 적용하더라도 기존의 개인 및 법인세 수입 중 3분의 1을 간신히 대체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해리스는 자유무역주의자가 아니다. 해리스는 자기라면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2016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안에 반대표를 던졌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상원 의원 시절,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해리스는 NAFTA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NAFTA가 외국의 저임금과 느슨한 노동 기준으로부터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해리스는 USMCA에 반대표를 던질 때는 불충분한 환경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다. 이는 해리스 행정부가 집권할 경우, 미국의 각종 무역 협정이 노동 및 환경 기준을 조건으로 규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두 후보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정책 차이, 즉 기후 정책의 차이를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협정에 재가입했다.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 생산을 확대하고 파리협약에서 다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해리스는 상원 의원 시절 그린 뉴딜을 지지했다.


[로이터]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이슈는 달러 정책이다. 트럼프는 강달러가 미국 수출업체에 불리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고문들은 자국 통화의 절상을 막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것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는 미국의 저축과 투자 간 균형, 즉 경상수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만큼, 그 자체로 달러를 뛰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관세 인상으로 달러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고, 또 다시 관세가 인상되는 일이 끝없이 지속될 것이다.

이외에 트럼프의 고문들이 제안한 것처럼 외국인의 미국 국채 매입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달러의 국제적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의 원천으로서 달러를 대체할 적당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전세계 금융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위해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연준의 독립성이 심각한 도전을 받으면 국제 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고, 다시 세계 경제에 불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연준의 독립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여름 말 “연준은 독립된 기관이며 대통령으로서 나는 연준이 내리는 결정에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모두 인플레이션이 미국 유권자들의 큰 관심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는 생활비를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관료주의를 청산하고 석유 및 가스 추출 제한을 완화하는 것 외에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해리스는 식량과 주택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기회주의적으로 식품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을 처벌하는 “새로운 연방 집행 도구”를 시사했다. 그것보다는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의 반독점, 경쟁 촉진 권한처럼 기존의 집행 수단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주택과 관련해 해리스는 자격을 충족하는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의 계약금을 보조한다. 해리스는 400억 달러를 ‘저렴한 주택’(affordable housing) 건설을 장려하는 지방 정부에 지원할 것이다. 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건 주택을 구입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훌륭한 목표다. 그러나 계약금 지원은 역설적으로 주택 수요만 증가시킬 뿐이다. 공급이 영향을 받지 않는 한, 혜택은 생애최초 주택구매자가 아닌 주택 건설업자와 판매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이 세계 무역 시스템, 미국의 대외 경제 관계, 그리고 기후 정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이는 세계 경제에서 달러,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미국의 위상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미중 관계와 세계화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것이 미국 대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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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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