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안보 핵심 지하수, 재평가돼야”…석학이 말하는 제주의 ‘생명수’
2024-10-02 16:00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제주)=김희량 기자] “지하수는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마시지만 한국에서는 수자원 이용률이 5%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습니다. 특히 지하수를 원수(原水)로 하는 먹는 샘물 시장이 지난해 2조3000억원 수준으로 2010년 대비 약 8배로 급증한 만큼, 지하수 중요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제13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개막했다. 이날부터 3일까지 이틀간 진행하는 행사는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주최하고, 환경부·국제수리지질학회·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후원한다.

제주물 세계포럼은 지하수인 제주물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연례행사다. 올해는 ‘지하수 가치 재조명과 지속가능한 활용’을 주제로 열렸다. 개회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 백경훈 제주개발공사장,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진건군 중국총영사, 다케다 가쯔토시 일본총영사를 비롯해 제주삼다수 우수고객이 참석했다.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에서 백경훈 제주도개발공사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제공]

백 사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포럼을 통해 지하수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수자원 보전·관리에도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비와 눈이 화산암층 속에 스며들어 형성되는 지하수는 제주도의 ‘생명수’다. 제주도민의 식수 및 수자원에서 비중이 95%를 넘기 때문이다. 육지 수자원의 지하수 비중(10%)보다 절대적으로 높다. 이 지하수로 만드는 제주삼다수는 수도권 판매 비중이 55%에 이를 만큼 국내 먹는 샘물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럼의 기조강연은 ‘지하수 자원의 숨겨진 가치와 미래 역할’이라는 주제로 마르코 프띠따 국제수리지질학회 부회장이 맡았다. 프띠따 부회장은 “지하수는 지구의 담수 중 약 95%를 차지하고 높은 재생률을 가졌지만, 과소평가돼 왔다”면서 “지하수를 수자원 및 생태계 관리에 본격적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열리고 있다. 김희량 기자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모습. [제주개발공사 제공]

본 세션에서는 ‘대한민국 지하수의 활용 가치와 새로운 기회’, ‘유럽 지하수 자원의 가치 창출과 활용’ 등 5개의 주제로 한국, 미국, 덴마크 등 국내외 지하수 관련 석학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첫 발표에 나선 김형수 한국지하수토양환경학회장은 “광역·지방상수도 취수원으로 지하수의 역할은 제주도를 포함하면 2% 전후, 제주도를 제외하면 0.3%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현재 지하수 연간 이용량인 약 30억㎥의 경제적 가치가 3조원 규모인 만큼 지하수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학회장은 “과거 1960년대~1990년대의 공공 수자원 공급이 대규모 다목적 댐 건설과 지표수 중심에 지나치게 집중해 지하수는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하수는 적절한 시기에 활용하지 않으면 자원으로서 가치가 소멸되므로, 객관적인 평가와 관리를 통한 선순환을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하수의 수자원으로서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및 환경생태적 측면의 가치가 강조됐다. 고경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하수는 물안보, 지열에너지 활용뿐만 아니라 물순환과 수생태계 유지에 있어 매우 큰 역할을 한다”면서 “습지(고산습지 포함), 중소하천은 지하수 의존성이 높고 물복지의 균등성, 워터테라피와 같은 의료 및 관광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모습. [제주개발공사 제공]


2일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제14회 제주물 세계포럼이 열리고 있다. 김희량 기자

유럽의 지하수 활용 사례에 대해 소개한 클라우스 힌스비 덴마크 지질연구소 선임염구원은 “지하수는 세계 물 안보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2027년까지 지하수 등 모든 유럽 수역의 화학적, 정량적 상태를 적정 수준으로 만드는 목표를 위해 유럽 지하수 정보 플랫폼이 곧 소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힌스비 선임연구원은 “여기엔 EU 회원국이 보고한 지하수 상태 평가 자료와 7개 유럽 신문사가 개발한 새로운 지하수 지도가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에서는 전문 학술행사 외에도 지하수 및 제주물의 가치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형 행사가 마련됐다. 고객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제주삼다수 워터 블라인드 테스트, 병뚜껑 업사이클 키링 만들기, 재생종이 화분 다육이 심기, 아로마큐브(친환경 비누) 모빌 만들기가 진행된다. 행사장 내 제주삼다수 수원지의 청정·우수성 및 친환경 가치를 알리는 전시존도 운영된다.

포럼 마지막 날인 3일에는 제주 지하수 명소 필드트립 ‘물길 따라 떠나는 제주물 어드벤처: 제주지하수의 신비를 찾아서’가 진행된다. 도내 중고등학생 등 100명이 제주 용천수 생성과정 및 제주 곶자왈 지질 체험과 제주삼다수 스마트팩토리를 탐방하는 등 견학이 진행될 예정이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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