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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휴학 승인에 전국 의대 술렁…“지금 의대생 복귀해도 수업 불가능”
뉴스종합| 2024-10-02 09:54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의대생들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휴학계를 제출하고 수업거부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가 전국 의대 중 처음으로 학생들의 휴학을 승인했다. 다른 대학들 내부에서도 의대생들이 지금 복귀하더라도 남은 기간 학사일정을 소화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이에 의대생 휴학 승인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대규모 의사 수급 차질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휴학 승인에 교육부 “부당 행위…감사 착수”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는 지난 30일 의대 학생들이 제출한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그간 정부는 ‘동맹휴학’을 명분으로 한 휴학은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 학년 단위로 집단 유급이 발생하면 의사 수급에도 차질이 생겨, 의료 공백 상황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가 계속되며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자 서울대 의대에서 처음으로 휴학을 승인한 것이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의대생의 휴학 승인 최종 결정권은 의대 학장에 있다. 다른 대학의 경우 결정권이 총장에 있어 지금까지 휴학 승인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서울대의 경우 의대 차원에서 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의대생 휴학 승인을 주장해온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즉각 지지의 뜻을 밝혔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휴학 신청이 뒤늦게 나마 처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의과대학의 학사일정은 다른 대학과는 달리 매우 빡빡하게 짜여 있고 방학 기간도 몇 주 되지 않으므로 제대로 된 의대 교육을 위해서는 두 달 이상의 공백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의 이 같은 결정을 ‘부당 행위’로 규정하고 감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동맹휴학 불허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 학장이 독단적으로 대규모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며 “이는 학생들을 의료인으로 교육하고 성장시켜야 할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매우 부당한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즉시 현지 감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중대한 하자가 확인될 경우 엄중히 문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휴학 승인 전국으로 번지나…“지금 복귀해도 수업 불가능” 교수들 호소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안내표지 [연합]

서울대 의대를 시작으로 다른 대학에서도 휴학 승인 요구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의대생들이 복귀하더라도 남은 학사일정을 이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게 의대 교수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교육부는 앞서 탄력적 학사운영 방안을 제시해 2024학년도 1학기를 연장하거나, 다학기제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 지역 거점 국립대 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2학기 중에 학생들이 복귀하더라도 수업일수를 충족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휴학계를 수리하고, 내년에 수업을 진행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학교 2학기 등록 기간이 마무리됐지만 의대생들이 복귀할 기미는 없는 상황이다.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가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대학가 분위기도 여전히 강경하기 때문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의대생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전국 의대생 중 올해 2학기에 등록한 학생은 3.3%에 그쳤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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