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에 밀린 금투세…친명계, 폐지론 띄운다 [이런정치]
2024-10-10 09:2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읍 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당론 결정권을 위임 받은 당 지도부가 당론을 정하는 시점조차 예고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금투세가 정치권의 거대 이슈로 부상한만큼 10·16 재보궐선거와 국정감사 기간을 고려해 당분간은 판단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민주당의 금투세 논쟁은 이재명 대표가 시행 연기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작됐고 당내 기류도 유예로 기울었지만, 여전히 시행을 강하게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는 상황이다. 반대편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금투세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폐지론을 펼치면서 이 대표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16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금투세 관련 당론을 결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선거 전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를 하는 도중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돼서 이미 이슈가 분산된 상황”이라며 “정무적으로 따져봤을 때 굳이 관심도가 높은 금투세까지 빠르게 결론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이 지도부에 당론 결정과 그 결정 시기를 위임한 것에는 판단을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의미도 포함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금투세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이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선 빠른 결론을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이달 4일 비공개 의원총회 이후로도 의원들 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지도부의 결정은 더욱 미뤄지게 됐다. 이전까지 민주당 내 논의에선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어 왔지만,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지도부는 이들 모두를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도 당내에는 예정대로 금투세가 시행돼야 한다는 의원들이 꽤 많다”며 “(지도부가) 유예나 폐지로 가겠다고 해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민석 의원 등이 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친명계는 금투세를 폐지하고 집권 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원내인사 중 가장 먼저 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힌 것은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다. 정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2년 유예는 대선, 3년 유예는 총선을 앞두고 있어 문제가 되고, 4년 유예할 바에는 폐지가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 제대로 살린 다음에 여러 가지 사전적인 보완 조치들을 만들어 놓고 시행하자고 하는 제 주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에도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는데 최근 상황을 보니 유예하는 것이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킬 것 같다”며 “민주당이 집권해 주식시장을 살려 놓은 다음 처음부터 다시 (금투세를) 검토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의원의 발언 이후 민주당 내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이자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도 전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증시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며 “금투세는 폐지든 유예든 이렇게 가는 것이 맞고 (시행)하더라도 나중에 시장이 좋아졌을 때 합의를 거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7일 JTBC 유튜브 방송에서는 “폐지하고 나중에 다시 정비해야 한다”며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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