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선진화 ‘공매도·밸류업’에 달렸다 [이슈&뷰]
2024-10-10 11:43


한국이 ‘선진국 국채 클럽’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I) 편입에 성공하면서 국고채 시장의 숙원을 풀었다. ▶관련기사 5·27면

당초 편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장의 예상을 깬 만큼 채권시장 내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는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의 WGBI 편입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입성 기대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WGBI를 MSCI 편입의 관문으로 보고 있어서다.

국내 증시 역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지수에서 ‘선진 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국내 증시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던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도 한 숨 덜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년 3월 말까지로 연장된 ‘공매도 전면 금지’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증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지점이란 평가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TSE 러셀은 한국 국채를 내년 11월부터 WGBI에 편입한다. FTSE 러셀은 MSCI와 함께 양대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다. 주로 유럽계 투자 자금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WGBI 추종자금은 2조5000억~3조달러(3373조~4045조원)에 달한다. 이달 기준 우리나라 비중은 WGBI에 편입된 26개 국가 중 9위(2.22%)다. 최소 560억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FTSE 러셀 측이 요구한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 시장 접근성 요선이 개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다.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내년 3월 편입을 예상했다.

이번 편입으로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선진국 대열에 우뚝 서게 됐다. 향후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가 증가하면서 금리 안정 및 외환 수급 개선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국채 시장에 해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 국채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WGBI 추종 자금 대부분이 패시브(시장 지수에 따른 투자) 성격으로 장기적인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를 앞두고 상당수 미디어들이나 시장 참가자들은 개선안의 시행 기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년 편입에 좀 더 무게를 두기도 했다”며 “사전적인 기대 여부 측면에서 볼 때 이번 WGBI 편입은 서프라이즈로 평가되며, 이벤트 및 모멘텀 투자자들의 추가적인 국채 매수 시 단기적인 시중금리의 하향 안정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는 선진 시장 지위가 유지되면서 15년 만의 강등 걱정을 덜게 됐다. 당초 공매도 금지 여파로 지난달부터 ‘관찰 대상국’ 지정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FTSE 러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시행된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방침 유지 시 선진시장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FTSE 러셀은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선진 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등 네 단계로 나눈다. 관찰대상국 지정은 2009년 이후 한국 시장이 유지해온 선진시장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다.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가)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금지를 다시금 문제 삼았다. 강등 불씨를 여전히 남겨 놓은 셈이다.

국내 증시로선 당장의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덜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 순매수세(22조원)을 보였던 외국인들은 ▷8월(-2조7604억원) ▷9월(-7조6848억원) ▷10월(-2147억원) 연속 ‘팔자’ 행렬이다. 상반기 기대감을 받았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수 공개 공개 후 실망감에 매물이 빠진 영향도 크다.

남은 과제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는 일이다. MSCI 지수는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국은 지난 1992년부터 신흥국 지수에 편입됐고, 2008년 선진국으로 승격 가능한 관찰 대상국에 등재됐으나 2014년부터는 관찰 대상국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 불안전성과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 여부가 변수라고 평가한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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