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음반이 안 팔린다…‘1억장 시대’ 이후 고점 찍었나.
2024-10-10 14:28


블랙핑크 제니 [오드 아뜰리에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해 음반 판매량 ‘1억장 시대’를 맞으며 사상 최고의 성과를 냈던 K-팝 업계가 올해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여전히 빅 그룹들의 음반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각 그룹마다 최고치를 찍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11일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1~8월) 국내 음반 판매량 인기 400위까지의 K-팝 누적 음반 판매량은 약 6475만 장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총 판매량인 7845만 장보다 17.7%나 적다.

상반기(1~6월)까지만 살펴봐도 써클차트 기준 K-팝 음반 누적 판매량은 4670만 장에 불과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9%(약 820만 장))이나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 수출액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CD와 LP 등을 포함한 음반 수출액은 1억2939만 달러(한화 약 174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상반기 음반 수출액이 줄어든 것은 2015년 이후 9년 여 만에 처음이다.

덕분에 올 한 해 주요 가요기획사 4사의 실적은 부진했다. 소속 아티스트의 음반 판매량은 각 기획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하이브의 경우, 올 상반기 음반과 음원 매출은 전체의 39.4%(3946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41.7%(4301억원)를 차지했던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1385억원에서 730억원으로 무려 47.2%나 빠졌다.


그간 해외 시장에서 K-팝 음반 판매량이 날개를 달았던 것은 방탄소년단이 2020년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미국의 인기 노래 순위 빌보드 메인 송 차트 ‘핫100’에서 1위에 오른 이후부터였다. 방탄소년단의 ‘핫100’ 1위는 이 그룹과 K-팝의 위상을 완전히 업그레이드 한 변곡점이 되며 해외 시장에서 방탄소년단·블랙핑크·트와이스를 중심으로 한 신규 팬덤이 생겨났다. 뒤늦게 ‘입덕’한 팬들의 첫 번째 학습 과정은 과거 앨범의 구매로 이어진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구보 판매량은 K-팝 산업의 성장 지표 중 하나”라며 “신규 팬덤이 유입될 경우 구보 판매량이 동반 증가(Backover spillover)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를 근거로 방탄소년단, 세븐틴, 스트레이 키즈 등 대형 그룹의 소속사에선 이들에 대해 “아직도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해 팬덤을 쌓을 수 있는 성장형 아티스트”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K-팝 구보 판매량은 2019년 이후 매해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상반기 130만 장의 판매량(써클차트 매해 상반기 기준)을 기록한 이후 2020년 155만1609장, 2021년 453만6937장, 2022년 458만2161장, 2023년 567만1981장 등으로 탄력을 받았다.


세븐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올해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외 신규 팬덤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구보 판매량이 올 상반기 330만5684장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구보 판매가 가장 많았던 세븐틴도 71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아쉬운 성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세븐틴은 구보만 250만 장을 팔아치웠다.

신보 판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 한해 가장 많은 음반을 팔아치운 그룹인 세븐틴은 베스트 앨범 ‘17 이즈 라이트 히어’로 309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세븐틴의 기존 성과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 지난해 세븐틴은 미니 10집 ‘FML’로 무려 620만 장을 팔아치우며 총 15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총 532만 장 정도 판매했다.

스트레이 키즈도 지난 7월 발매한 음반 ‘에이트’를 284만 장을 팔았으나, 이 역시 지난해 발매한 미니 앨범 ‘★★★★★ (5-STAR)’가 기록한 461만7499장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그 밖에도 엔하이픈 ‘로맨스:언톨드’ 231만 장, 에스파 ‘아마겟돈’ 130만 장, 제로베이스원 ‘시네마 파라다이스’ 108만 장, 뉴진스 ‘슈퍼 내추럴’은 101만 장 등을 기록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진우 위원은 “올 한 해 음반 판매량이 주춤한 것은 지난해 작년 앨범 시장이 초동 경쟁으로 과열됐고, 코로나19 해제 후 공연시장 활성화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다”며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투톱 체제로 급성장했던 K-팝 시장에서 이들을 대체할 만한 가수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고꾸라진 음반 매출을 만회하기 위한 엔터 4사의 전력투구가 시작됐다. 이미 10월 한 달간 대형그룹들의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각사의 주력 아티스트들이 남은 하반기 모두 등판한다.


지드래곤 [지드래곤 SNS]

하이브에선 세븐틴(10월 14일)이 미니 12집 ‘스필 더 필스(SPILL THE FEELS)’를 공개한다. 현재까지 선주문량 300만장을 넘긴 상태다. SM에선 ‘슈퍼노바’, ‘아마겟돈’ 등의 히트곡을 내며 올 한 해 4세대 최강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에스파를 앞세운다. 에스파(10월 21일)는 다섯 번째 미니앨범 ‘위플래시(Whiplash)’로 4세대 걸그룹들이 휴식기에 돌입한 틈을 타 다시 한 번 최강자를 노린다. 앞서 지난 9일에는 ‘에스파 스페셜 디지털 싱글 ’싱크: 패러렐 라인‘(aespa Special Digital Single ’SYNK : PARALLEL LINE‘)을 발매했다. 멤버 카리나의 솔로곡 ’업(UP)‘은 현재 멜론 톱'100 4위로 치고 올라왔다.

JYP에선 4세대 그룹 있지(10월 15일)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10월 14일)의 컴백으로 가을을 연다. 국내 활동은 물론 K-팝 최대 시장인 일본 공략도 눈에 띈다. 명실상부 3, 4세대 최강 그룹인 트와이스와 스트레이 키즈를 통해서다. 트와이스는 유닛 미사모(11월 6일)가 일본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오트 쿠뛰르(HAUTE COUTURE)’를 발매하고, 스트레이 키즈도 내달 정규 2집을 발매한다.

YG는 블랙핑크 동생 그룹이자 YG의 DNA를 고스란히 탑재한 베이비몬스터(11월 1일)에 사활을 건다. 특히 그간 YG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한다. 매주 한 곡씩 공개하고, 뮤직비디오도 3곡 이상 찍는다. 특히 새 앨범 ’드립(DRIP)‘의 타이틀곡은 빅뱅의 지드래곤이 작곡자로 참여했다. 지드래곤이라는 날개를 달고 K-팝 세대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YG에서 홀로서기를 한 제니(10월 11일), 지드래곤도 돌아온다. 업계에선 지드래곤이 오는 25일 컴백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으나, 지드래곤 측은 “일정 조율 중”이라고 귀띔했다. 어느 시기가 됐든 올 가을은 ‘왕의 귀환’이 K-팝계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shee@heraldcorp.com



랭킹뉴스


COPYRIGHT ⓒ HERALD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