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을 위해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한다. 3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객실 승무원의 98%가 연차휴가를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비조합원을 포함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관할 노동지청에 진정서를 접수,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고발할 계획이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이런 행태는 사실상 일·가정양립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6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에 따르면 노동조합 자체 실태조사 결과 응답자(비조합원 포함) 98%가 연차휴가 신청을 회사가 거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연차휴가 신청시 회사가 승인한 비율은 평균 22%인데 비해 거절한 비율은 평균 78%에 달했다. 노조 측은 “휴가 사용시기변경 요청·협의가 아닌 일방적 거부”라고 부연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올 들어 10월까지 평균 11.7회 연차휴가를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평균 9.1회 거절을 경험했다. 특히 20~30차례 연차휴가 신청에도 단 한차례도 휴가가 승인된 경험이 없거나, 45차례 신청했지만 단 한 하루만 승인된 사례도 존재했다.
승무원들은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오너 경영리스크 소멸, 코로나19 이후 항공 이용객 수요의 회복으로 매출이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지만,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과도한 이자,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전제로 한 긴축 경영기조 등으로 인력난을 겪으며 노동관계법상 노동자의 권리인 연차휴가, 생리휴가, 가족돌봄휴가 사용이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법정휴가 제한으로 적절한 자녀돌봄을 할 수 없는 승무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직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진정서 접수·고발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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