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 1년 사이 1.4조원 사라져
코로나 위기였던 2020년3분기 때보다도 감소폭 커
전례 없는 위기 속 건설업 체감 경기 역대 최악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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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건설업 생산이 1년 사이 1조4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전염 위험으로 인해 현장이 마비됐던 2020년 당시와 비교해도 3배 가량 큰 폭 감소다. 이에 건설업 체감경기는 역사상 어느 경제위기와 비교해도 안 좋을 정도로 악화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경제활동별 원계열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은 2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28조9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이 격감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공사가 멈출 위기였던 2020년에도 이 정도로 생산이 줄진 않았다. 2020년 3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은 전년동분기 대비 5000억원 줄었다. 당시에도 심각한 위기란 평가가 있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1조원 가깝게 적다.
건설업 생산이 지금처럼 위축했던 시절을 찾으려면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을 썼던 2019년까지 돌아가야 한다.
2019년 1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은 전년동분기 대비 1조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고 외친 윤석열 정부지만, 실제 생산 감소 규모는 문재인 정부와 비등한 수준까지 올라선 셈이다.
이미 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체감경기지수는 40대까지 떨어졌다. 통계가 작성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경제위기에도 건설업 체감경기지수가 이정도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한은 업종별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0월 건설업 업황실적 BSI는 47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8월(71)은 물론, 코로나 경제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4월(54)보다도 체감경기가 더 얼었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착공면적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심리가 매우 크게 얼어 붙었다”며 “지방 미분양 사태까지 이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단 불안감이 생기면서 2009년 8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자금사정도 체감적으로 안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내수에 미치는 악영향도 날로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0월호’에서 내수가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단 판단을 11개월째 유지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향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월 공사 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건설기성(불변)은 0.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토목(9.9%)에서 공사실적이 늘었으나, 건축(-3.7%)에서 공사 실적을 갉아먹었다. 전년동월대비로는 건축(-15.7%) 및 토목(-0.9%)에서 공사실적이 모두 줄어 12.1%나 감소했다.
건설투자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건설수주 감소세가 지난해부터 누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공사 실적은 부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공사 현장이 사라지다 보니 시멘트 출하량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감소할 위기다. 올해 1∼3분기 시멘트 출하(내수)는 3222만톤으로 전년 동기(3698만톤) 대비 476만톤(12.9%) 감소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총 출하량이 약 4400만톤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보다 더 적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에도 전방위적 영향을 미쳤다. 8월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늘어 전월(17만2000만명)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는데, 상당 부분 원인이 건설업 부진 때문이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8만명대 감소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며 “건설 착공도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