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보엠’ 미미로 돌아온 서선영·황수미 “나보다 어린 로돌포는 처음…에너지 받는다”
2024-11-08 10:14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 [세종문화회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B팀) 멤버 중 제가 최고령자예요. 어린 동료들과 젊은 예술가들의 영혼과 느낌을 담은 작품을 나눌 수 있어 연습을 오는 길이 즐거워요.” (황수미)

세계 무대를 사로잡은 한국의 대표 소프라노 서선영(42)·황수미(38)가 ‘미미’로 돌아온다. 쟁쟁한 두 사람이 한 작품에 ‘더블 캐스팅’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서울시오페라단이 39년 역사상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라보엠’은 걸출한 두 소프라노를 등에 업고 관객과 만난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땐 ‘라보엠’(21~24일, 세종문화회관)이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펼치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낭만을 담은 푸치니 오페라. 스테디셀러 뮤지컬 ‘렌트’의 원조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서울시오페라단만의 색깔을 입혀 특색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며 “실력 있는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 젊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페라엔 세계 콩쿠르를 휩쓸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한국인 성악가들이 주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자 주인공 미미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황수미를 비롯해 로돌포 역엔 테너 문세훈·김정훈, 무제타 역은 소프라노 김유미·장은수,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이승왕·김태한 등이 캐스팅됐다.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 [세종문화회관 제공]

연출을 맡은 엄숙정은 “‘라보엠’은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 그들의 삶이 자유로운 문체로 여과없이 다가오는 작품”이라며 “풍성하고 서정적인 선율의 친숙함과 고전이 주는 강력한 힘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성악가들은 이번 오페라는 ‘젊은 라보엠’이라고 강조한다. 서선영(42)은 “처음으로 저보다 어린 ‘로돌포’를 만나게 됐다. 굉장히 어리고 실력 있는 분들과 함께하게 돼 젊고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연습하러 올 때마다 설렌다”고 말했다. 서선영은 A팀을 이끄는 미미로, 문세훈(로돌포), 김유미(무제타), 이승왕(마르첼로)와 호흡을 맞춘다.

이번 작품은 한국의 대표 ‘미미’ 두 사람이 한 작품에 더블 캐스팅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차이콥스키콩쿠르 우승자인 서선영은 스위스 바젤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해오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퀸엘리자베스콩쿠르 우승자인 황수미는 독일 본 극장과 비스바덴 헤센 주립극장의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유럽 무대에 오르다 팬데믹 즈음 입국,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선영은 “성악가는 자기 목소리의 스펙트럼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 갖지 않은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황수미 선생님과 함께 연습하면서 연기, 음악적 표현에 있어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황수미도 “같은 캐릭터로 캐스팅됐지만,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아이디어와 영감을 많이 받는다”며 “여러 차례 미미 역을 해봤지만 공연마다 캐스팅, 상대 배우, 프로덕션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채워야 할 색다른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 [세종문화회관 제공]

‘라보엠’의 극적인 스토리는 가난한 시인 로돌포와 미미의 순수한 사랑, 폐병에 걸린 미미의 죽음이 서정적인 선율로 표현된다. 황수미는 “클래식한 연출로 메인 흐름을 잡되 MZ(밀레니얼+Z) 세대 스타일의 느낌을 가미했다”면서 “미미는 단순히 병약하고 여린 캐릭터는 아니라 사랑의 감정에 눈을 뜨고 깊어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강한 인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미미의 진심을 담아 상대 배역인 (‘로돌포’ 역의 테너) 김정훈씨에 사랑을 담아 대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서선영 역시 “나의 음색이나 개인적 성격은 드라마틱한 캐릭터에 어울려 그동안 미미를 연기할 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이번엔 감정을 토해내는 것을 제어하지 않고, 나다운 미미를 그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이자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은 이번 무대가 오페라 데뷔 무대다. 그는 “록 음악을 좋아해 로커를 꿈꾸던 중학생 시절, 성악에 입문해 처음으로 본 오페라가 ‘라보엠’이었다”며 “가장 좋아하고 가장 불러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뜻깊다”고 말했다.

작품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을 원작으로 한다. 엄숙정 연출가는 “작가 자신의 삶을 투영해 담은 작품을 앙리 뮈르제와 푸치니가 자신의 한 페이지를 꺼내 들려주는 청춘 일기와 같은 면모를 볼 수 있는 오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선 지난 9월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공연 당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공연 중 앙코르에 항의, 무대에 난입한 사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세종문화회관과 박혜진 단장 측은 “게오르규 측에 한국 관객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했으나 현지 언론에 이미 답변했고 더 이상의 언급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이와 관련해 아티스트 소속사와 계속 소통을 이어갔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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