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 대선 캠프를 총괄했던 정치 전략가 수지 와일스(왼쪽)가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트럼프 당선 승리 기자회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극적인 재선 승리를 이끈 수지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 윤곽이 구체화되고 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돌발 인사’가 많았던 집권 1기 때와 달리 2기 인사는 검증된 충성파로 채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와일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했다. 와일스(67)는 2016년, 2020년 모두 트럼프 대선 캠프를 이끈 공화당 선거전략가다. 여성이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는 것은 와일스가 처음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수지 와일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승리 중 하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2016년과 2020년에 성공적인 선거 캠페인의 필수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지는 강인하고 영리하며 혁신적이며 존경 받는 인물”이라며 “수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고 전했다.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은 와일스를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연단 아래에 있던 와일스를 무대로 불러내 “얼음 아가씨(ice baby), 우리는 이 사람을 얼음 아가씨라 부른다”면서 “뒤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뒤에 있을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CNN는 “와일스가 백악관에 비공식 자문, 외부 세력을 들이지 않는 조건으로 비서실장 자리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까지 남은 10주동안 인사를 검토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수팀을 총괄하는 하워드 루트닉이 고위급 후보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으며 인선 검증과 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를 장악하면서 트럼프 1기보다는 인선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1기 당시 공화당 내 세력이 부족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인, 전직 군인 등 외부 인사를 대거 기용했다가 뭇매를 맞은 바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유세 현장에 나타난 릭 그리넬 국가정보국(DNI) 국장 직무대행.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그리넬은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AP]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릭 그리넬 국가정보국(DNI) 국장 직무대행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괄하는 인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리넬 전 대사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나의 특사’라고 부를 정도로 강하게 신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리넬은 대선 기간 동안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각국 정상들을 계속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넬은 국무장관 후보에도 올랐다.
다른 잠재적 후보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이자 은퇴한 육군 3성 장군 키스 켈로그, 트럼프 1기 당시 4명의 국가안보보좌관 중 마지막으로 일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경제를 총괄하는 재무부 장관에는 존 폴슨 헤지펀드 매니저와 스콧 베선트 키 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가 언급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는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차례 재무부 장관 후보로 언급했던 인물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로 억만장자가 된 그는 지난해 트럼프 캠프의 최고 경제 고문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선트가 이미 재무부 부총리 후보자를 찾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요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 친이스라엘 인사로 알려진 폼페이오는 트럼프 1기 국무장관으로 트럼프 안보 정책의 핵심 인물로 2기 트럼프 행정부 국방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EPA]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공화당 오바마’로 불릴 만큼 쿠바 이민자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2016년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그는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하는 충성파로, 불법 이민에 대해 엄격한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국방장관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 소감을 발표할 때 언급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친이스라엘 인사로 알려진 폼페이오는 트럼프 1기 국무장관으로 트럼프 안보 정책의 핵심 인물이었다. 폴리티코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이란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폼페이오의 특징”이라며 “민주당 측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이민 문제를 다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는 이민세관단속국 국장대행을 맡았던 톰 호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대선 기간 도중 사퇴하고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농무부 장관 등에 거론되고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 일등 공신으로 불렸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형태로든 행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를 설립해 머스크 CEO를 수장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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