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전단지를 떼는 모습(좌, JTBC 사건반장 캡처),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쏟아진 비판 여론(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아파트 엘리베이터 거울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여중생에 대해 경찰이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나도 잡아가라"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무혐의로 판단을 뒤집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A 양의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 검찰에 불송치 의견으로 보완수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지난 5일께 A 양에 대해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 양은 지난 5월 11일 용인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가던 중 거울에 붙어있는 종이 전단지를 뜯었다. 거울을 보던 중 전단지가 시야를 가리자 이를 떼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전단지는 아파트 내 주민 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부착한 것이었다. 관리사무소가 부착을 허가하지 않은 비인가 게시물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A 양을 재물손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게시물을 뜯은 다른 주민 60대 B 씨와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 C 씨도 재물손괴 혐의가 있다고 보고 송치했다.
A 양 측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경찰의 판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용인동부경찰서 홈페이지에는 "나도 잡아가라", "우리 집 붙은 전단 떼면 잡아가냐?", "아파트 엘리베이터 불법 전단지 떼는 방법 알려 달라", "문 앞에 불법 전단지가 붙었는데 검찰에 송치될까 봐 못 떼고 있다", "본인 차나 집에 붙은 전단 안 떼실거죠?" 등의 조롱과 비판이 쏟아졌다.
상급 기관인 경기남부경찰청은 해당 사건에 추가 고려 사항이 있다고 판단, 검찰과 협의해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관련 판례 80여 건을 분석한 경찰은 해당 게시물이 엘리베이터 내 거울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었던 점, A양 등에게 손괴의 고의성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혐의없음'으로 의견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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