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됐던 한 공군 대령이 딸 뻘인 여군 소위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꽃뱀 취급까지 해 경찰에 고발 당했다. [JTBC 보도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한 공군 대령이 딸과 3살 차이 밖에 안나는 여군 소위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꽃뱀'이라며 2차 가해까지 한 사건과 관련해, 군인권센터가 군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2차 피해가 커졌다며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군인권센터는 1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7비행단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달 25일 성폭력 피해 사실을 확인했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17비행단이 피해자에게 고소장 서식을 인터넷에서 받아 작성한 뒤 경찰에 제출하면 된다는 기초적인 안내 외에 후속 조치는 사실상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사건의 가해자인 대령 A씨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유로 분리 조처를 하루 미뤄 달라고 요청했고, 이튿날 부대로 출근해 회식에 참석했던 부하들에게 전화하거나 사무실로 불러 면담을 강요했다.
또 A씨가 회식에 참석했던 부하들에게 "피해자가 많이 취했다고 생각했나", "혹시 피해자에게 연락 받은 것이 있나" 등의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군인권센터는 이날 A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면담 강요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앞서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A씨가 여군 초급장교 B씨에게 회식 전후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A씨를 군인 등 강제추행, 군인 등 강간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군성폭력상담소와 B씨 진술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회식 후 B씨를 강제 추행했다. 이에 B씨는 회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지난 달 24일 회식에서 성폭력을 당했다.
B씨는 '2차를 가자'는 A씨의 강요에 1차 회식 자리에 있던 간부들에게 도와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A씨는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피해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성폭행을 시도했다.
당시 B씨는 "저는 대장님 딸과 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또래"라며 "부인도 있지 않냐"고 강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A씨의 만행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당시 회식에 참석한 간부들에게 B씨가 술에 취해 자신을 유혹했다며 '꽃뱀' 취급을 했고, 회식 자리에 있던 다른 간부들을 유도 신문해 이를 녹취하기도 했다.
결국 논란이 불거지자 공군은 "사건 인지 즉시 피해자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으며 피해자가 민간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력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를 이끌었던 A씨는 얼마 전 공군을 빛낸 인물로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같은 달 24일 회식 자리에서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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