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1912)
참을 수 없는 고독한 우울같은 그림입니다. 늦가을 작은 나무가 앙상하게 버티고 있는 모습은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나무가 달고 있는 몇 개의 잎은 하늘을 가렸고 건조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에곤 실레는 클림트의 제자로서 1908년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미술계에 등장했으며, 불과 10년의 짧은 경력으로 오스트리아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가 됐습니다. 그러나 주요 미술가로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걸려 요절을 하는 불행한 화가입니다.
메마른 얼굴과 움푹 꺼진 볼, 멍이 든 것 같은 붉고 푸른 피부, 퀭하고 커다란 눈, 툭 튀어나온 뼈마디와 불안정한 자세, 검은 옷차림. 쉴레의 이 그림은 마른 낙엽이 떨어지지 직전 가지에 매달린 모습처럼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직선으로 묘사한 검은 옷조차도 의심과 불안에 싸여 소용돌이치는 자신의 내면으로 비칩니다. 앙상하게 마른 몸에 어느 선 하나, 터치 하나 편안함이 없이 거칠고 뒤틀린 모습에서 내면 깊숙이 자리 잡은 우울함과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꽈리 열매도 수상한 번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젊은날 엉컹퀴꽃 같은 고뇌들의 흔적이죠.
방금 살펴본 그림이 여러분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요? 아마도 번민과 불안일 거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인간사의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피할 길은 없을텐데 이 그림에서 에곤 실레는 무엇을 고민하고 괴로워했을까요? 예술에 대한 집념은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요구하지요. 그림 속 인물은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뎌야했던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속적으로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코르티솔이란 호르몬 수치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데, 이는 혈액 속 지방과 혈당수치를 높여 피로와 무기력증은 물론 비만, 고혈압, 당뇨병까지 초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방식대로 스트레스를 꼭 풀어야 합니다. 사실 코르티솔이 건강에 무조건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분비돼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됩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겠지요. 과유불급 균형이 중요한데요. 스트레스로 괴로운 날에 자극적인 음식을 멀리하고 심신에 도움이 될 코르티솔 해소에 도움이 되는 식품들을 소개합니다.
▶바나나: 바나나의 트립토판 성분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걸 촉진합니다. 또 바나나에 함유된 마그네슘과 칼륨은 긴장된 근육을 이완해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호두: 호두의 리놀렌산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칼륨과 비타민B1이 있어 피로 해소와 고혈압 예방에도 좋습니다.
▶연어: 스트레스 완화와 세로토닌 분비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합니다.
▶허브차: 라벤더는 심신 안정에 효과가 탁월합니다. 캐모마일차는 항산화물질이 있어 염증을 감소시키고, 신경안정 효과가 있습니다.
▶다크초콜릿: 코르티솔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압을 낮춰줍니다.
▶고구마: 긍정적인 생각을 증진하는 영양소 카로티노이드와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녹차: L-테아닌이라는 아미노산 성분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서 뇌 건강과 불안증 감소에 좋습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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