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11일 오후 한국 국회서 화상 연설

[영상]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모색”…尹당선인에 쏠린 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국회 화상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우리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모든 나라가 독립을 가질 권리가 있고, 모든 도시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외통위 주관으로 우크라이나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전문] 젤렌스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왼쪽부터),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연설이 열린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 각당 지도부가 참석해 연설을 들었다.

이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 전문.

[전문]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국회의원 여러분, 신사숙녀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47일 동안 러시아의 전면적 진군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국민들을 대표해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대한민국 국회에 감사드립니다.

러시아는 막대한 군사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전쟁을 갑자기 시작한 게 아니라, 10년 넘게 준비해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자원을 동원해 준비해온 전쟁입니다. 석유와 가스 수출을 통해 받은 수천억 달러의 돈은 무기 생산과 축적에 사용돼 왔습니다. 러시아는 수많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쏴 올렸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전쟁을 하기 위해 자국민 사람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셔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 국민들은 빈곤에 시달리면서, 우리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음식, 옷, 휴가 가는 것, 교육 등등 이런 걸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인권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러시아 국민들에게 군 입대는 유일하게 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쳐들어 올 때, 굉장히 놀랍니다. 일반적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먹는 것, 집 안에 있는 가구 등등이 얼마나 좋은 것들인지 보고 놀라곤 합니다. 러시아 군인들은 우크라이나에 쳐들어 오면, 우크라이나 사람들 물건을 훔쳐가며, 이를 러시아로 우편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컴퓨터, 전자기계 등등 여러가지 물건들을 훔쳐서 러시아로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러시아 군인이 방탄조끼에서 방탄판을 보내고,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노트북을 방탄복에 집어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걸 보면서, 자신의 생명보다 그런 물질적인 것들을 더욱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바로 러시아 사람들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아이들을 키우며 교육시키고 평화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에 쳐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은 러시아 정권의 잘못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러시아 국민들도 참여하는 전쟁입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날 때까지 길이 멉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없애고, 우크라이나를 분리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라는 민족, 우크라이나의 문화, 언어 등을 없애고자 합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들에서 가장 먼저 찾아내는 사람들은 민족 운동가와 우크라이나의 역사, 우크라이나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입니다. 이런 사람들부터 찾아내서 학살합니다. 이것은 러시아의 전략입니다. 러시아 지도부에서 내려진 명령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만 점령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 다음으로는 다른 국가들을 분명히 공격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말고 다른 국가들에도 군대를 파견할 것입니다. 미사일 폭격을 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시설을 파괴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에서 민간인들의 생활 기반이 파괴됐습니다. 군사시설이 아닌, 대학, 기차역, 공항 등 시설들을 러시아군이 공격해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측 집계로는 교육기관만 900곳 이상 파괴됐습니다. 민간시설 파괴는 러시아의 고의적인 계획된 정책입니다.

하나의 도시, 두 개의 도시가 아닌, 수많은 우크라이나 도시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초토화 시키려고 합니다. 제가 파괴된 도시에 가보면서, 평화롭게 살고있던 도시의 모습을 봤습니다. 거기는 완전히 폐허가 된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미사일이 날아갈 수 있는 모든 우크라의 도시를 공격했고, 우리는 지금 거기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가 또 새로운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 우크라와의 국경에서 수많은 러시아군 병력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금 마리우폴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 도시에는 3월1일부터 우크라이나 군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 도시에는 50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쳐들어왔을 땐, 심지어 인도적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막아놨습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완전히 초토화하고 파괴했습니다. 마리우폴 시민들은 최소한 몇 만명이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하지만 러시아한테 마리우폴은 본보기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20세기에 이와 같은 파괴를 많이 봐왔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1950년대 전쟁을 한 번 겪으셨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겨냈습니다. 그 때는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지금 러시아가 저절로 멈출 거라는 기대는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이성이 이겨낼 거라고 우리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제사회의 동원으로 우리가 러시아가 변화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우리의 국경을 지키는 것에는 국제사회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수많은 경제 제재가 도입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아직도 그 제재의 영향이 부족해서 멈출 생각을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은행들의 제재 재개를 받아야 하고, 협력이 완전히 멈춰야 하고 다른 국가들의 기업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완전히 중단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전 세계로 죽음, 그리고 빈곤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국제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철수하고, 러시아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러시아 경제를 지지하지 않으면, 러시아는 전세계와 타협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처럼 러시아는 화학무기, 핵무기를 내세우며 전 세계를 협박할 것입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서 제 나라를 지켜야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벌써 47일째 러시아에 맞서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국군은 정말 영웅적으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고 있고, 우리는 여러 나라들로부터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러시아는 사망자 수를 신경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련 시절 때부터 러시아는 강대한 군대를 갖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비행기, 탱크 등 여러가지 군사용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대한민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탱크와 배, 러시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습니다. 저희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무기를 우크라이나가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이고,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하게 해줄 것입니다.

모든 나라가 독립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도시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제가 연설을 하면서 마리우폴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마리우폴시는 러시아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됐습니다. 여러분께서 짧은 영상을 한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료는 마리우폴에서 일주일 넘게 있었던 기자가 찍은 영상입니다. 이런 장면들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47일째 매일 목격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이와 같은 전쟁을 겪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한번 영상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상 재생 후) 보셨지요? 이런 짓은 바로 러시아 짓입니다.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전문]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