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현 인턴기자] 최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으로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사진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들을 위한 시설들에 기피시설이란 잣대를 들이대 무조건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특수학교와 지역주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방안은 문제 해결에 효과를 봤던 선례들중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강서 특수학교로 바라본 님비 현상, 상호간의 대화 통해 유익한 관계 구축해야…

기피시설이라는 이름으로 거부당하는 현실을 적나라게 보여준 강서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토론회’에서 지역주민과 장애아 부모들의 격렬한 신경전 끝에 수확 없이 회의가 종료됐다. 지역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장애아동 부모들은 이런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내 집 앞은 무조건 안된다’는 일부 주민의 님비를 꼬집으며 “오직 집값ㆍ땅값이 모든것의 기준이냐”,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의 글들을 올렸다.

지역주민들이 주장하는 장애인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특수학교 인근 집값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부동산 정보조회 시스템의 조회 결과 일원동이나 삼성동 등 서울 강남권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300%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서 특수학교로 바라본 님비 현상, 상호간의 대화 통해 유익한 관계 구축해야…

사실 이번 논란은 강서구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그들을 위한 학교가 기피시설이란 이름으로 거부당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위의 현실을 반영해 주는 듯 전국 특수교육 대상 장애학생은 올해 4월 기준 8만9353명에 인데 반해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이중 2만5789명에 불과하다. 서울 8개구에는 아예 학교가 없다.

1980년 님비가 처음 등장한 미국에서는 님비를 경제학이나 ‘분쟁해결학’ 같은 과학으로 접근하고 있다. 해결 과정에서 어떠한 형태든 보상은 기본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특수학교 설립 시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복합문화시설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님비를 해결한 국내의 특수학교 모범사례들을 살펴 볼 수 있다.

현재 강남구 일원동 위치한 밀알학교. 1996년 주민들이 몽둥이를 들고와 반대해 시공식을 못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교내 미술관과 음악홀, 카페 등을 연중 개방하면서 주민과 공존하고 있다. 학교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장애 아동을 돌보는 지역주민도 많다.

강서 특수학교로 바라본 님비 현상, 상호간의 대화 통해 유익한 관계 구축해야…

또 다른 예로,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서울효정학교. 처음부터 주민들의 큰 반발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개교했다. 이런 바탕에는 주민들과 상생을 추구한 학교측의 노력과 주민들의 호의가 있었다.

주민들은 “서울효정학교 근처 한빛맹학교를 통해 주민들과 장애인이 만나서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며 “학교차원에서 주민들에게 교내 헬스장을 개방하고 주민들이 공청회나 모임을 가지면 교내 식당과 강당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활발한 소통으로 개교를 앞 둘 쯤엔 지역주민들이 떡 안돌리냐고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부산대 특수교육학과 관계자는 “특수학교를 짓게 되면 재활시설과 문화공간이 생겨 지역주민에게 더 좋다”며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생활 속) 편의시설이 좋아진다. 장애인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면 모든 사람을 위한 편리한 시설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