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외교안보 중요성 강조
“韓, 쿼드 신기술TF에 협력해야”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하고 있는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통상부 차관)은 30일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타결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협의’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3불(三不) 합의’로 알려진 협의사안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날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그룹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 제 6차포럼에서 “처음부터 안보와 주권 관련해서는 어느 국가와도 타협불가하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흔들림 없이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와 호혜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한미일 협력관계가 한국의 운신 폭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봤다.
이른바 ‘3불 합의’는 사드 한반도 전개에 반발한 중국이 한한령 등 대대적인 보이콧을 벌이자 외교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타진한 협의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는 ▷사드를 한반도에 추가로 전개하지 않으며,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고 △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입장을 중국에 확인했다.
강경화 당시 외교장관을 비롯해 협상을 주도한 남관표 당시 주일대사는 ‘외교적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은 한중간 ‘외교적 약속’을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사드협의 결과를 두고 중국의 대대적인 압박을 막고, 상황관리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동맹국도 아닌 중국의 요구에 맞춰 안보와 주권을 제한해버렸다는 비난이 나왔다. 김 교수는 “(실제 안보정책 방향성을 떠나) 한국의 주권적 상황과 관련된 문제를 특정국가를 상대로 약속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중 전략적 경쟁관계가 첨단기술과 기후변화, 가치 등의 분야에서 심화하고 있다며 경제와 인간을 모두 포용하는 ‘포괄안보’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외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우선적으로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협의체인 ‘쿼드(QUAD)’가 구축하기로 한 기후변화·코로나·신기술 분야 태스크포스(TF)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수는 “이번에는 기회가 사라졌지만, 현재 유럽국가들도 참여를 준비 중이므로 내년에 기회가 또 생기면 가입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에 대한 해법으론 ‘그랜드 바게닝’의 일괄타결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역사 따로·미래지향적 관계 따로의 ‘투트랙’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 오늘날 한일관계는 역사문제부터 경제갈등과 외교협의까지 전방위적으로 악화된 상태라 차라리 한꺼번에 테이블로 올려놓고 해결책을 정리하자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믿을만한 사람을 특사로 보내 한일관계의 모든 사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조율한 후, 정상회담을 통해 일괄타결 하는 법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남북교류와 협력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방위력을 구축해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