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태원 초토화인데…20대 덕에 살아났다
“11월 되면 대학생 몰린다” 기대감 ↑
“위드코로나만 보고…” 사장님의 ‘마지막 희망’
[헤럴드경제=김빛나·신주희 기자] 지난 주말인 24일 저녁 7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앞. 월요일을 앞뒀지만 거리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홍대걷고싶은거리에서 삼삼오오 앉아 달고나를 먹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김성주(가명·21) 씨는 “친구랑 조용히 수다 떨 수 있는 술집을 찾고 있는데 어딜 가나 사람이 많고 시끄럽다”며 “이제 주말에는 홍대 못 오겠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AK&홍대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전자출입명부(QR코드)를 인증하는 입구 근처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AK플라자에 따르면 이곳의 9월 한 달간 방문자 수는 올해 초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위드(with) 코로나’가 다가오면서 홍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같은 강북 번화가인 명동, 이태원이 크게 무너진 것과 달리 홍대는 최근에도 유동인구를 강남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11월부터 대학교 대면수업·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 회복세가 빨라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홍대 인근으로 매장을 내는 기업도 늘고 있다.
명동·이태원 초토화인데…20대 덕에 살아났다
25일 서울시 공공데이터 자료를 통해 최근 두 달간 주요 상권 지하철 하차 인원을 분석한 결과, 홍대입구역의 유동인구는 다른 상권보다 우세했다. 지하철 하차 인원은 서울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유추 가능한 수치다. 다만 자동차 행선지를 포함한 수치가 아니라 ‘뚜벅이족’의 이동 경로만 확인할 수 있다.
8, 9월 각 한 달간 홍대입구역 하차 인원은 각각 155만3713명, 161만6849명이었다. 같은 강북 번화가인 이태원과 명동에 비하면 적게는 4배, 많게는 6배까지 많았다. 해당 기간 이태원역 하차 인원은 20만명, 명동역은 40만명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홍대 유동인구는 출퇴근 인원이 많은 강남역과 비교해도 적잖은 수치다. 9월에는 강남역이 홍대입구역보다 지하철 하차 인원이 13만9743명, 8월에는 26만5437명 많았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압구정 지역(압구정역+압구정로데오역)과 비교해도 홍대 쪽 유동인구가 좀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1월 되면 대학생 몰린다” 기대감 ↑
홍대가 다른 지역과 달리 유동인구를 지켜낸 이유는 젊은 층 덕분이다. 이들은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적고, 활동량이 많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가 지나면 거리로 나선다. 반대로 명동·이태원 지역은 주요 방문객인 외국인이 빠져나간 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상관없이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상권에 대한 기대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 홍대 인근에 매장을 낸 기업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홍대거리에 문을 연 쉐이크쉑 18호점은 오픈 초기 매출이 예상보다 2배 이상 높았다. SPC 관계자는 “현재 클럽거리를 비롯한 유흥상권이 침체되긴 했지만 경의선 숲길과 연남동 등 홍대 상권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와 연말 특수를 앞두고 있어 매장 매출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스탠다드 첫 매장을 홍대거리에 오픈한 무신사도 매달 매출이 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지난 5월 문을 연 후 매달 6만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지난달에는 방문자가 8만명 이상으로 뛰었다”며 “지난달 매출도 전월 대비 75% 상승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를 바라보고 매장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홍대 부근에 매장을 연 기업(예정 포함)은 알려진 것만 7곳이다. 한동안 홍대를 떠났던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는 11월에 다시 문을 연다. 특히 엔제리너스 홍대점은 기존 매장보다 규모도 커지고, 이전과 다른 특색 있는 콘셉트로 운영될 예정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홍대가 트렌드의 집합소 같은 곳이라 매장을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며 “위드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만 보고…” 사장님의 ‘마지막 희망’
일반 자영업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최차수(60) 씨는 “백신 접종자 포함해 8명까지 허용이 되고 나서 지난주보다는 매출은 그래도 20% 가까이는 올랐다. 2019년 매출을 100으로 치면 지난해에는 20~30, 최근에는 이보다 조금 더 오른 것”이라며 “2019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었다. 1년 넘게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당장의 매출이 회복된다 해서 어려움이 끝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홍대·합정 지역 공실률은 22.6%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홍익대 인근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당장 분위기가 좋아진다 해도 이전부터 쌓인 부채로 인해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늘긴 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여전히 적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홍대 부근에서 1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봉주(46) 씨는 “아직 줄어든 매출이 회복된 건 아니라 위드 코로나로 매출이 뛰는 건 기대 수준에 불과하다”면서도 “사실 위드 코로나만 바라보고 버텨왔다. 클럽이 문을 열면 홍대 상권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