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GAA 기반 3나노 양산 세계 최초 진행
전력 효율성 높여…메모리 이어 파운드리 1위 노려
“경쟁사 수율 등 우려 등 제기해도 기술력으로 증명해야”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의 세계최초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다녀오며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 가운데, 삼성의 ‘기술 초격차’ 경영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GAA 적용한 3나노 얼마나 대단하길래=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한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의 경우 해당 기술을 2025년 도입 예정인 2나노 공정부터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는 GAA 공정 도입과 3나노 성능의 반도체칩 양산,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세계 최초의 길을 걷게 됐다.
삼성이 도입하기로 한 GAA는 칩 내에서 전류를 흐르게 하거나 끊는 트랜지스터와 관련된 기술을 일컫는 용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완제품이 소형화되면서 반도체 제조사들은 크기는 줄이면서도 성능은 기존보다 높고 전력은 더 적게 드는 칩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GAA 이전 기술인 핀펫(FinFET)은 트랜지스터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와 전류가 흐르는 ‘채널’이 닿는 면적이 3곳(위·좌·우)이었다. 핀펫은 이전 기술보다 진화된 방식으로 평가 받았으나, 트랜지스터 전력 효율성 제고에 대한 제조사들의 고민은 지속됐다.
이에 따라 고안된 GAA는 채널 4개 면(위·아래·좌·우)을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어 핀펫보다 전류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채널이 게이트에 닿는 실질적인 면적을 늘려 전력 사용의 효율성을 핀펫보다 끌어올린 것이다. 3나노 공정에 GAA 공정을 활용하면 핀펫 기술을 적용한 7나노 공정보다 칩 면적은 45%, 소비전력은 50% 절감하고, 성능은 약 35% 가량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분기 ‘메모리 부문’ 안정적…반도체 영업익 10조 육박 예상= 금융투자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77조3539억원, 14조8669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액은 21.5%, 영업이익은 18.3% 증가한 것이다.
가전과 모바일 부문 실적이 1분기보다 주춤하지만 반도체 영업이익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분기 실적에 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 많게는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 반도체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배경엔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서버 수요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판매 호조세가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서버용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제품이 대거 쓰인다. 특히 서버용 D램은 삼성전자의 D램 총 매출 가운데 40% 안팎을 책임지는 제품이다.
2분기 들어 D램 가격 하락세가 우려보다 약했던 점도 실적 개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1분기보다 3~8%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실제 낙폭은 예상보다 작았다.
올해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부문 실적 호조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양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201억5500만 달러(약 26조원)의 매출을 올려, 인텔을 따돌리고 또다시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메모리 왕좌 이어 ‘파운드리 추격’ 시험대 오른 삼성 =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삼성이 3나노 양산을 통해 파운드리 1위 선점의 교두보를 마련하자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만 주요 외신 등은 “삼성 파운드리가 3나노 공정에서 수율 문제를 해결하며 예정대로 양산에 들어갈지 시장에선 회의적”이라며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이 TSMC의 하반기 3나노 양산 공정의 고객사가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결국 경쟁사들이 삼성의 수율 관리와 고객사 확보에 지속적인 ‘딴지’를 걸 가능성을 제기한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역시 고객사들과 협의하여 정해진 수율에 따르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삼성 수율 문제를 지속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외부에서 제기하는 수율 우려 등의 문제를 결국 삼성이 기술력을 통해 해소하는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